여성폭력 피해 구제를 피해자가 가입한 민간보험으로?
정부는 여성폭력 시장화 즉각 중단시키고 여성폭력 근절 국가 책무를 다하라
- 가정폭력·이혼·성폭력 등 포함한 '여성 특화' 보험상품 출시에 부쳐

지난 1월 4일, 한 보험사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가정폭력으로 인해 이혼 등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변호사 선임 비용 등 법률비용을 최대 3천만 원까지 실손 보장하는 등 가정폭력·이혼·성폭력 등을 포함한 ‘여성의 안전과 행복까지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업계 최초 상품'이라 홍보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폭력 피해자가 마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상품이 과연 ‘여성의 안전과 피해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 의문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수사기관 접수와 검찰 처분이 있어야만 보험금이 지급되며, 4촌 이내 친족에 의한 성폭력은 지급되지 않는 등 여러 지급 제한 사유가 존재한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 법률비용 보장 역시 피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피해자가 부담한 변호사 비용의 보전에 불과하다. 또한 보험금 지급을 위해서는 사건이 송치되고 소송이 제기되는 등 엄격한 입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첫째, 여성폭력은 개인이 대비해야 할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과 권력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함으로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구조와 문화에 기인한다. 폭력 피해 이후의 여러가지 비용을 개인 보험으로 보장하는 방식은 문제의 원인을 외면한 채, 개인의 위험관리 문제로 축소하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둘째, 보험금 수령 과정에서 피해자가 폭력 경험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심사받아야 한다. 이는 2차 피해를 심화시킬 위험이 크며,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기보다 피해 경험을 금융상품의 지급 요건으로 전환시키는 구조가 될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보험사는 법무법인, 금감원 등과의 긴 협업을 통해 상품을 개발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본 상품의 구매자가 될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했다는 언급은 일절 없다. 결국 피해자가 이미 지급한 변호사 비용을 보전하는 데 그칠 이 상품은 누구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것인가.
여성폭력 피해 방지와 지원은 국가의 책무이다. 국제인권 기준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국가가 예방·보호·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며, 피해자의 회복과 자립을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무료법률구조 등으로 피해자들의 법률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폭력은 개인이 사비를 들여 대비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근절해야 할 문제이다. 이를 보험상품으로 허용하는 것은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며, 결국 여성폭력을 시장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크다.
유감스럽게도 여성폭력 피해보상을 ‘민영화’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4대악 보험’ 역시 시민사회와 일부 국회의 비판 속에 중단된 바 있다. ‘빛의 혁명’을 이끌어내고 성평등 정치를 기대한 시민들의 노고로 정권에 올랐지만, ‘남성 역차별’ 해소를 중점으로 삼은 듯한 행보에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이해와 성평등 관점이 부족하다고 지적되어 온 현 정부에서 유사한 시도가 다시 등장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여성폭력을 개인의 대비 문제로 축소한 보험사와 이 상품의 출시를 허용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는 여성폭력의 시장화를 방치하지 말고 본 사안을 재검토하여 여성폭력 근절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조속히 이행하라.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60224
여성폭력 피해 구제를 피해자가 가입한 민간보험으로?
정부는 여성폭력 시장화 즉각 중단시키고 여성폭력 근절 국가 책무를 다하라
- 가정폭력·이혼·성폭력 등 포함한 '여성 특화' 보험상품 출시에 부쳐
지난 1월 4일, 한 보험사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보험 상품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가정폭력으로 인해 이혼 등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변호사 선임 비용 등 법률비용을 최대 3천만 원까지 실손 보장하는 등 가정폭력·이혼·성폭력 등을 포함한 ‘여성의 안전과 행복까지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업계 최초 상품'이라 홍보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폭력 피해자가 마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 상품이 과연 ‘여성의 안전과 피해 회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지 의문이다.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 수사기관 접수와 검찰 처분이 있어야만 보험금이 지급되며, 4촌 이내 친족에 의한 성폭력은 지급되지 않는 등 여러 지급 제한 사유가 존재한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이혼 법률비용 보장 역시 피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피해자가 부담한 변호사 비용의 보전에 불과하다. 또한 보험금 지급을 위해서는 사건이 송치되고 소송이 제기되는 등 엄격한 입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첫째, 여성폭력은 개인이 대비해야 할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과 권력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함으로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구조와 문화에 기인한다. 폭력 피해 이후의 여러가지 비용을 개인 보험으로 보장하는 방식은 문제의 원인을 외면한 채, 개인의 위험관리 문제로 축소하고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둘째, 보험금 수령 과정에서 피해자가 폭력 경험을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심사받아야 한다. 이는 2차 피해를 심화시킬 위험이 크며, 피해자의 회복을 지원하기보다 피해 경험을 금융상품의 지급 요건으로 전환시키는 구조가 될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셋째, 보험사는 법무법인, 금감원 등과의 긴 협업을 통해 상품을 개발했다고 밝혔으나, 정작 본 상품의 구매자가 될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했다는 언급은 일절 없다. 결국 피해자가 이미 지급한 변호사 비용을 보전하는 데 그칠 이 상품은 누구의 ‘안전과 행복’을 위한 것인가.
여성폭력 피해 방지와 지원은 국가의 책무이다. 국제인권 기준과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국가가 예방·보호·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며, 피해자의 회복과 자립을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는 무료법률구조 등으로 피해자들의 법률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폭력은 개인이 사비를 들여 대비할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책임지고 근절해야 할 문제이다. 이를 보험상품으로 허용하는 것은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며, 결국 여성폭력을 시장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위험이 크다.
유감스럽게도 여성폭력 피해보상을 ‘민영화’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박근혜 정부의 ‘4대악 보험’ 역시 시민사회와 일부 국회의 비판 속에 중단된 바 있다. ‘빛의 혁명’을 이끌어내고 성평등 정치를 기대한 시민들의 노고로 정권에 올랐지만, ‘남성 역차별’ 해소를 중점으로 삼은 듯한 행보에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이해와 성평등 관점이 부족하다고 지적되어 온 현 정부에서 유사한 시도가 다시 등장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여성폭력을 개인의 대비 문제로 축소한 보험사와 이 상품의 출시를 허용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한다. 정부는 여성폭력의 시장화를 방치하지 말고 본 사안을 재검토하여 여성폭력 근절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조속히 이행하라.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