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보도

성명 및 논평[화요논평] 사후 대응도 못하는 국가, 방치되는 여성살해 - 3월 14일 남양주, 3월 20일 부천 여성살해 사건에 부쳐

2026-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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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대응도 못하는 국가, 방치되는 여성살해

- 3월 14일 남양주, 3월 20일 부천 여성살해 사건에 부쳐


경기도 부천에서 친밀한 관계에 있던 남성이 여성을 흉기로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 신고는 18일, 살해는 20일, 언론 보도는 23일이었다. 18일 신고에 경찰은 입건도, 보호조치 신청도 하지 않았다. 가해자를 주거지 밖으로 분리조치하고, 피해자에게는 비밀번호를 바꾸라고 안내하는 데 그쳤다. “물리적 폭행이 없었다.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이틀 후, 피해자는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했다.


경찰이 입건조차 하지 않았던 3월 18일이 어떤 날이었는가. 

남양주에서 가정폭력·스토킹 피해를 입던 여성이 신고 후 보호조치를 받던 중에 살해된 지 불과 4일 후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책임 있는 관계자들을 감찰한 뒤 엄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한 지 이틀 후였고, 경찰이 부실 대응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지 이틀 후였다. 시민사회가 반복되는 사건에 분노해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지 하루 뒤였으며,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관계성 범죄’ 사건 전수조사와 고위험 가해자에 대한 구속·전자장치 부착·유치 신청 등을 지시했다고 밝힌 바로 그날이었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살해된 3월 20일은 어떤 날이었는가.
대통령이 “스토킹 신고를 신속히 전수조사하고 피해자 보호조치를 최대한 빠르게 취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후였다. 남양주 사건 부실 대응 책임으로 경찰이 구리경찰서장을 대기발령 조치한 당일이었고, 경찰청장 직무대행이 관계성 범죄 대응 점검을 위해 부천원미경찰서를 방문한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가 떠난 뒤, 불과 몇 분 거리에서 피해자는 자신의 집에서 살해당했다.


대통령의 지시와 경찰청 지휘부의 발표가 이어졌지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시는 있었으나 피해자 보호는 없었고, 지휘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뿐일까. 작년 7월에도 유사한 여성살해 사건 이후 대통령은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자성하라”고 주문했고, 경찰 지휘부는 접근금지 사건 전수 재검토, 가해자 유치·구속 강화, 가해자 주변 기동순찰대 집중 투입 등의 계획을 밝혔다.


그간 무엇을 했는가. 누가 대체 무엇을 뼈아프게 받아들였는가. 전수조사 결과는 무엇이었는가. 그 결과로 무엇이 바뀌었는가. 가해자 유치·구속은 얼마나 늘었는가. 기동순찰대는 어디에, 얼마나 투입되었는가.   


결과에 대한 보고도, 구체적인 목표 없는 대책이 사건 직후 며칠 반짝하는 사이, 작년 한해 최소 137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되었다. 


2025년 영국은 10년 내 여성에 대한 폭력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공교육 내 예방 교육 실시, 법제도 정비, 여성폭력피해자 지원 강화 등 전방위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2024년 호주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기존 정책에 더해 약 10억 호주달러 규모의 추가 예산을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이는 이미 수년간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온 상황에서도, 반복되는 여성 살해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가 예산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수백조 원 규모의 국가 재정 속에서 여성폭력 대응 예산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반복되는 살해는 재난으로도, 국가의 구조적 위기로도 다뤄지지 않는다. 


목표 없는 정책, 작동하지 않는 문책과 지휘, 그리고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결합된 결과는 이미 처참하다.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하고, 가해자는 격리되지 않으며, 죽음은 반복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국가적 재난으로 규정하라.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포함한 전 부처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명확한 목표와 그에 상응하는 예산을 확보하라. 국회는 입법부로서의 책임을 다하라.


‘발표되는 대책’ 말고 피해자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을 지금 당장 실행하라.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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