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파기환송 환영 기자회견 개최 [보도 요청] "56년 만의 미투, 60년 만의 정의" 대법원 파기환송 환영 기자회견 개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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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피해자 정당방위 인정을 위해 재심을 청구했던 '56년 만의 미투', 60년 만에 재심 개시
- 2024년 12월 18일, 대법원 재심 청구 기각했던 원심 파기환송 하여
- 12월 20일 오전 10시, 피해당사자인 최말자 님, 변호인, 지지자들이 함께하는 기자회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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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일 : 2024.12.20(금) ㅣ 제공자 : 한국여성의전화 문의 :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ㅣ 이메일: hotline@hotline.or.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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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십니까? 귀 언론사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위해 재심을 청구했던 '56년 만의 미투', 드디어 사건으로부터 60년 만에 재심이 개시되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18일, 재심 청구를 기각했던 원심을 파기환송했습니다. 1964년 5월 6일, 강간을 시도한 남성의 혀를 깨물었던 피해자가 도리어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의 유죄 선고를 받았던 본 사건이 드디어 정의로운 판결을 받을 길이 열린 것입니다.
- 이에 피해당사자인 최말자 님, 변호인, 지지자들이 함께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였습니다.
- 귀 언론사의 많은 관심과 보도를 요청합니다. 감사합니다.
※붙임1. 기자회견 개요 ※붙임2. 발언문
*사진과 영상의 저작권은 한국여성의전화에 있습니다. 표기하여 활용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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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1. 기자회견 개요 "56년 만의 미투, 60년 만의 정의" 대법원 파기환송 환영 기자회견
○ 일시 : 2024년 12월 20일(금) 오전 10시 ○ 장소 : 모임공간 상연재 시청역점 (컨퍼런스 룸 11) 서울 중구 세종대로19길 16 (정동3-7) 성공회빌딩 본관2층 상연재 ○ 사회 :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 순서 - 경과보고 : 김수정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장
- 발언
- 김수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향), 피해자 법률 대리인
-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피해자 지원 단체
-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정준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
- 권김현영 노회찬재단 이사
- 최말자 피해당사자
- 질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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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임2. 발언문
○ 김수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향), 피해자 법률 대리인(속기)
재항고 사건이라 기일이 정해지지 않고 갑자기 발표가 났습니다. 공개적으로 하기에 너무 좋은 사건이라 공개변론 신청도 하고 했었는데, 공개변론보다 더 좋은 파기환송을 해서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습니다. 먼저 최말자 선생님께 이런 소식을 듣기까지 건강히 지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재심을 하겠다고 나서주신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변호사들이 변론에 집중할 수 있게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주고 연대해주신 한국여성의전화 또한 감사드립니다. 함께해준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들과 직원분들께도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당연한 결정이지만, 너무 늦게 주는 바람에 약간 서운하지만, 늦게라도 잘못된 정의를 바로잡을 수 있게 파기환송해주신 대법원에도 감사합니다. 결정문이 아직 송달 중이라 보지는 못했지만 대법원 보도자료를 보면, 최근 과거사 사건에서 증거가 명확하게 없다고 하더라도 본안 무죄를 다투는 재판이 아닌 재심 개시 여부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그렇게 엄격하게 따질 필요가 없다, 당사자가 일관되게 진술하고 신빙성 있으면 재심사유가 인정 된다고 했습니다. 재판에서 억울하게 유죄를 받았어도 재심으로 가는 길이 너무 엄격한데, 대법원에서는 60년 된 사건의 수사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이렇게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하고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라고 했고, 이 것은 최근 과거사 사건에서의 판결 경향입니다. 최말자 선생님께서는 여러 가지 재심 사유를 주장하셨는데, 그 중 당시에 경찰에서는 정당방위 인정을 해서 무혐의로 보았지만 검찰은 가해자인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쳤다며 경찰의 정당방위 인정을 뒤집고, 영장 없이 체포·구금해버린 것입니다. 선생님은 진술도 일관되게 하셨고 직권남용에 의한 불법 체포·구금은 재심 개시 사유에 있어 이런 부분에 비추어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 결정하신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에 조금 아쉬운 점은 저희가 굉장히 의미있는 재심 사유를 많이 제시했지만 재심 개시 사유로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중 하나는, 새로운 증거의 발견입니다. 당시 판결문은 결국 ‘한 남자를 평생 말 못하는 불구로 만들어버린 것이 과잉 방어’였다라고 주장했는데, 가해자가 판결 후 약 3~6개월 후 신체검사 1등급 판정을 받고 군대를 갔습니다. ‘평생 말 못하는 불구’가 됐다면 불가능할 일인 것입니다. 군생활도 잘 마치고 월남도 갔다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여 재심 사유로 제시했습니다. 두번째, 매우 중요하고 재심 개시할 경우 가장 의미있는 결정 사유 중 하나로 생각한 것은 당시 재판 절차와 판결문에 피해당사자의 ‘처녀여부’를 논하며 결혼을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재판 절차 중 질문들이 당시 기사에 녹취록처럼 기록되어 있습니다. 판사가 자유롭게 양심에 따라서 재판할 권리가 있지만, 헌법 적정절차의 원칙에 따라 인권에 부합한 재판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원심에서는 너무나 인권침해적인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더군다나, 사건 당시 피해당사자는 미성년자였으므로 이런 적정 절차 원칙을 위반한 판사의 재판 또는 직권 남용으로 인한 재판으로, 그 판사의 잘못도 묻는 취지의 사유를 제시했습니다. 검사 역시, 피해당사자에게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쳤으니 결혼하라는, 약간 폭력적인 조사를 진행했기에 이런 부분 또한 재심 사유에 넣었습니다. 만약, 이 것이 재심 개시 사유로 인정됐다면 사법 역사에 길이 남을 개시 사유가 됐을 것인데, 아쉽습니다. 하지만 최말자 선생님의 진술 신빙성 인정, 검사의 불법 체포 및 구금을 인정해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지만 한편으로 안도합니다. 재심이 어려운 이유가 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 어렵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60년 만에 재심의 기회를 주는 것은 정의를 바로잡기 위함입니다. 늦었지만 뒤집힌 정의를 바로잡을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해서 너무 기쁘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최말자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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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피해자 지원 단체
늦었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환영하며, 또다시 정의를 향한 여정을 시작합시다. 60년이라는 아주 긴 시간을 지나, 이제야 비로소 정의의 문 앞에 섰습니다. 2018년 12월 7일,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실로 최말자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지 않으셨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문 앞입니다. 최말자 선생님의 용기와 최말자 선생님이 “내 사건을 바로 잡아야 후배 여성들에게도 억울한 일이 없겠다”고 결심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2018년 미투운동에 함께 했던 여성들의 용기와 최말자 선생님과 함께 기자회견, 1인 시위, 각종 서명운동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신 수많은 분들과 변호인단이 오늘 우리를 정의의 문 앞에 당도하도록 해주셨습니다. 최말자 선생님께 깊은 존경을 표하며, 함께 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2021년 재심청구를 기각했던 판결을 떠올려봅니다. 2021년, 부산지방법원은 본 사건이 당시의 시대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며 재심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제출한 새로운 증거를 무시했고, 당시의 판결이 부당했더라도 오늘날의 기준으로 뒤집힐 수 없다는 논리로 피해자의 권리를 또다시 침해했습니다. 재심을 기각하면서도 판결문 말미에 "청구인의 용기와 외침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사의 첨언이 몹시 분노스러웠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뒤바뀐 채 56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피해자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는 판결이었지만, “법의 가장 근본이 되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별도 못 하는 우리 사법이 후세들에게 부끄럽습니다. 항고하겠습니다”라는 최말자 선생님의 단호한 결심 덕에 항고심에서의 또 한 번의 기각에도, 대법원까지 다퉈볼 수 있었고, 결국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과거에 부당했다면, 현재에도 부당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대법원의 결정이 있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너무 길었습니다. 대법원의 결정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열릴 재심은 그 무엇보다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최말자 선생님의 정당방위를 온전히 인정하는 정의로운 판결이 있기를 바랍니다. 최말자 선생님께서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수사, 사법기관의 사죄를 받고, 완전히 자유로운 인간으로서의 시간을 길게 누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말자 선생님의 정당방위 인정은 시대의 기준이라는 것이 얼마나 임의적이고 편파적일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성폭력 생존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앞으로도 성폭력 생존자들과 함께, 연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가겠습니다. 60년을 지나 당도한 정의의 문 앞에서, 더욱 힘차게 외칩시다. “최말자는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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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무려 60년만에 일입니다. 재심청구를 시작한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018년 한국사회를 뒤흔든 미투운동의 과정에서 56년전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이면서도 성폭력을 시도한 가해자의 혀를 절단한 것이 과잉방어로 판단되어 중상해죄의 유죄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선생님은 이 사건의 재심 청구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60년 전 발생한 이 사건은 피해자를 향해 강간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사건입니다. 60년 전에도, 현재도 강간과 강제추행의 구성요건은 최협의의 폭행 또는 협박입니다. 가해자의 폭행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강간 또는 강제추행으로 판단됩니다. 성폭력 상황에서 피해자는 사력을 다해 반항하고 저항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가해자를 처벌할수 있지만, 사력을 다해 반항하고 저항하면 되려 또 다른 범죄의 가해혐의로 처벌을 받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해자에게 얼마나 저항했는지를 묻지만, 동시에 저항한 피해자에게는 그 행위의 법적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저항을 강요하고 강조해온 강간죄의 구성요건은 70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고, 저항한 피해자에 대한 중상해죄의 유죄판결도 60년 동안 유지되고 있습니다.
순결한 피해자 상을 설정하고, 피해자에게 성폭력 피해의 원인이 있다고 여기거나 남성중심의 성적실천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여전히 우리사회에 강고하게 자리잡아 추가적인 2차 피해를 만들고 있습니다. 60년 전 최말자 선생님에게 수사검사는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으니 책임져라,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호감이 있던 것이 아니냐 결혼할 생각이 없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통념은 2024년에도 여전합니다. 비동의강간죄 신설요구에 성관계 전에 합의서라도 작성해야하느냐는 비아냥과 성폭력을 고발하는 피해자를 향한 의심과 비난은 만연합니다.
재심청구에 대해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반세기 전, 오늘날과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이루어진 일이고, 시대가 바뀌었다고 당시의 사건을 뒤집을 수는 없다라며 당시 원심 법원의 성차별적이고 가해자 중심의 편향적인 판단을 인정하면서도 재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여성폭력피해지원단체들은 지난해 한 달동안 진행된 재심개시를 촉구하는 대법원 앞 릴레이 1인시위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 사건의 재심개시가 사법정의를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18일 대법원은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한 조항을 살피면서 당시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였던 최말자 선생님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검찰 수사가 이뤄진 것이 당시 언론기사와 판결문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기에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라 보아 재심청구를 인용해야한다는 취지로 기각판단에 대해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제 60년만에 성폭력 행위를 중단하고자 한 최말자 선생님의 용기 있는 행동이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중상해죄의 무죄판결로 이어질 수 있는 재심이 진행됩니다. 비상계엄과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에 연말 선물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60년 전과 오늘이 관통하며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여성의 자기방어가 정당한 대응임을 확인하는 재심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국성폭력상담소도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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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준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
지연된 정의 회복의 첫 걸음 -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합니다.
저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에 재직 중인 정준영입니다.무죄취지의 파기 환송이 아니라 단지 재심의 재개를 요구하는 파기 환송이어서 다소 아쉬운 감은 있지만 60년 동안이나 지연되었던 정의가 회복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최말자님은 성함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가 가했던 억압을 온몸으로 견뎌 온 분입니다. 저는 최말자님이 우리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하시면서 최말자님이 겪으셨던 고통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최말자님이 스스로를 발견해 가고 용기를 내실 수 있게 된 데 우리 문화교양학과에서의 경험이 작게나마 도움을 드렸다는 점에서 학과의 일원으로서 더 큰 기쁨을 느낍니다. 저는 최말자씨와 관련된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서 두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는 진실은 잠시 묻혀질 수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드러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최말자씨와 관련된 사건은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태어나기도 전인 60년 전에 일어난 것이지만 그와 관련된 진실은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고 갖은 방해가 있었음에도 결국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진실이 드러날 수 있었던 데에는 최말자님 개인의 용기있는 행동과 주변에서의 헌신적인 도움이 바탕에 있었지만 그 노력의 결과 진실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점에 저는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이제 첫 발을 딛은 이상 완전한 진실을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에 도달하는 것도 결코 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의 여러 부문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평평하게 만드는 첫 걸음을 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피해자인 사회적 약자의 피해는 그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반면 가해자인 사회적 강자가 입었던, 또는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는 실제보다 훨씬 더 과장되게 평가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최말자님도 바로 그 편향된 평가 때문에 피해를 입으셨던 것이고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그런 편향된 평가의 기준이 조금이라도 바로잡아질 수 있도록 기초를 놓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판결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피해에 대해 다룬 것이지만 앞으로 여성 뿐 아니라 장애인과 성소수자, 외국인 등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의 피해도 줄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연대하여 함께 노력해 가야 할 것이고 저희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의 구성원들도 그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모두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최말자님의 무죄를 확정하는 결정이 아니라 단지 재심을 해 보라는 결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무죄 결정이 이루어지고 완전한 정의가 회복되기까지는 아직도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짐작됩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항상 그래 오셨듯이 최말자님이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이 나아가 주시기를 당부드리며 저희도 그 여정에 항상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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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김현영 노회찬재단 이사
저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이자 노회찬재단의 이사로 있습니다. 2023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올해의 보이스의 수상장이자 2024년 노회찬재단 노회찬상 수상자인 최말자님께 이런 좋은 소식이 당도했다는 반가운 소식에 달려왔습니다.
노회찬재단에서는 지난 2024년 2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킨 의인들에게 시상하는 노회찬상의 수상자로 <최말자 님>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최말자 님>의 성폭력 사건은 “형법학 교과서와 대법원 역사에 남을 성폭력과 정당방위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판결의 당사자인 최말자 님은 이 부정의에 굴하지 않고 ‘56년 만의 미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알렸습니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최말자님의 투쟁과 실천은 성폭력사건에서 “여성의 방어권과 정당방위에 대한 법적 해석의 문제”와 “재심 개시요건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키며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고 선정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최말자님은 그 어느때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놀라운 승리를 안겨주셨습니다.
올해 노회찬상 수상자는 <최말자님>과 특별상으로는 <소성욱‧김용민 부부>와 <박정훈 해병대령>을 선정된 바 있습니다. <최말자님>은 56년 전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맞서 60년만에 재심 개시를 이끌어냈습니다. <소성욱‧김용민 부부>는 동성부부에게 의료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묻는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이게 하나 남은건 <박정훈 해병대령>이 겪은 부정의에 대한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참으로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마지막으로 감사와 만세의 삼창을 드립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이런 승리의 소식을 듣게 해주신 최말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만세! 최말자님과 함께 싸운 여성의전화 활동가분들 그리고 변호인단 분들. 감사합니다! 만세! 이어말하기 함께말하기 포기하지 않고 말하기라는 미투운동의 정신을 이렇게 멋진 역사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한 모든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만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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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말자 피해당사자(속기)
안녕하세요. 이 자리를 비롯해서 인사드리게 되어 죄송하기도 하지만 모두 반가운 얼굴로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재심을 열어주게 될 기회를 얻게 돼서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모든 것은 여러분 덕분입니다. 한 방울 한 방울 물방울이 바위를 뚫었습니다. 소식을 들었을 때 만세를 외쳤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도 영광이지만, 여러분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이 영광을 변호사님,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분들을 포함한 많은 여러분들께 돌리고 싶습니다. 앞에서 선생님들이 다 얘기하셨고, 제가 얘기를 하려면 책을 읽어도 모자라고 하루 종일 해도 모자라 간단히 이렇게 인사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재심을 열어서 무죄가 나오고 정당방위가 인정될 때까지 여러분들 도와주십시오. 우리 후손들에게는 앞으로 이런 피해가 없도록 여러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는 여러분들이 안 계시면 정말 있을 수 없습니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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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영상의 저작권은 한국여성의전화에 있습니다. 표기하여 활용해주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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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 없는 세상,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1983년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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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 모임공간 상연재 시청역점 (컨퍼런스 룸 11)
서울 중구 세종대로19길 16 (정동3-7) 성공회빌딩 본관2층 상연재
○ 김수정 변호사(법무법인 지향), 피해자 법률 대리인(속기)
재항고 사건이라 기일이 정해지지 않고 갑자기 발표가 났습니다. 공개적으로 하기에 너무 좋은 사건이라 공개변론 신청도 하고 했었는데, 공개변론보다 더 좋은 파기환송을 해서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뻤습니다.
먼저 최말자 선생님께 이런 소식을 듣기까지 건강히 지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재심을 하겠다고 나서주신 것 자체가 너무나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변호사들이 변론에 집중할 수 있게 사회적 참여를 이끌어주고 연대해주신 한국여성의전화 또한 감사드립니다. 함께해준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들과 직원분들께도 너무 감사합니다. 너무 당연한 결정이지만, 너무 늦게 주는 바람에 약간 서운하지만, 늦게라도 잘못된 정의를 바로잡을 수 있게 파기환송해주신 대법원에도 감사합니다.
결정문이 아직 송달 중이라 보지는 못했지만 대법원 보도자료를 보면, 최근 과거사 사건에서 증거가 명확하게 없다고 하더라도 본안 무죄를 다투는 재판이 아닌 재심 개시 여부를 다투는 사건에서는 그렇게 엄격하게 따질 필요가 없다, 당사자가 일관되게 진술하고 신빙성 있으면 재심사유가 인정 된다고 했습니다. 재판에서 억울하게 유죄를 받았어도 재심으로 가는 길이 너무 엄격한데, 대법원에서는 60년 된 사건의 수사기록이 남아있지 않지만 이렇게 당사자가 억울하다고 하고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라고 했고, 이 것은 최근 과거사 사건에서의 판결 경향입니다. 최말자 선생님께서는 여러 가지 재심 사유를 주장하셨는데, 그 중 당시에 경찰에서는 정당방위 인정을 해서 무혐의로 보았지만 검찰은 가해자인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쳤다며 경찰의 정당방위 인정을 뒤집고, 영장 없이 체포·구금해버린 것입니다. 선생님은 진술도 일관되게 하셨고 직권남용에 의한 불법 체포·구금은 재심 개시 사유에 있어 이런 부분에 비추어 대법원에서 재심 개시 결정하신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 판결에 조금 아쉬운 점은 저희가 굉장히 의미있는 재심 사유를 많이 제시했지만 재심 개시 사유로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중 하나는, 새로운 증거의 발견입니다. 당시 판결문은 결국 ‘한 남자를 평생 말 못하는 불구로 만들어버린 것이 과잉 방어’였다라고 주장했는데, 가해자가 판결 후 약 3~6개월 후 신체검사 1등급 판정을 받고 군대를 갔습니다. ‘평생 말 못하는 불구’가 됐다면 불가능할 일인 것입니다. 군생활도 잘 마치고 월남도 갔다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하여 재심 사유로 제시했습니다.
두번째, 매우 중요하고 재심 개시할 경우 가장 의미있는 결정 사유 중 하나로 생각한 것은 당시 재판 절차와 판결문에 피해당사자의 ‘처녀여부’를 논하며 결혼을 강요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재판 절차 중 질문들이 당시 기사에 녹취록처럼 기록되어 있습니다. 판사가 자유롭게 양심에 따라서 재판할 권리가 있지만, 헌법 적정절차의 원칙에 따라 인권에 부합한 재판을 해야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의 원심에서는 너무나 인권침해적인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더군다나, 사건 당시 피해당사자는 미성년자였으므로 이런 적정 절차 원칙을 위반한 판사의 재판 또는 직권 남용으로 인한 재판으로, 그 판사의 잘못도 묻는 취지의 사유를 제시했습니다. 검사 역시, 피해당사자에게 ‘한 남자의 인생을 망쳤으니 결혼하라는, 약간 폭력적인 조사를 진행했기에 이런 부분 또한 재심 사유에 넣었습니다. 만약, 이 것이 재심 개시 사유로 인정됐다면 사법 역사에 길이 남을 개시 사유가 됐을 것인데, 아쉽습니다.
하지만 최말자 선생님의 진술 신빙성 인정, 검사의 불법 체포 및 구금을 인정해서 재심 개시를 결정한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 당연한 결정이지만 한편으로 안도합니다.
재심이 어려운 이유가 판결의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해서 어렵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60년 만에 재심의 기회를 주는 것은 정의를 바로잡기 위함입니다. 늦었지만 뒤집힌 정의를 바로잡을 기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해서 너무 기쁘게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최말자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늦었지만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을 환영하며, 또다시 정의를 향한 여정을 시작합시다.
60년이라는 아주 긴 시간을 지나, 이제야 비로소 정의의 문 앞에 섰습니다. 2018년 12월 7일,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실로 최말자 선생님께서 전화를 주지 않으셨다면, 결코 만날 수 없었을 문 앞입니다.
최말자 선생님의 용기와 최말자 선생님이 “내 사건을 바로 잡아야 후배 여성들에게도 억울한 일이 없겠다”고 결심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2018년 미투운동에 함께 했던 여성들의 용기와 최말자 선생님과 함께 기자회견, 1인 시위, 각종 서명운동에 연대와 지지를 보내주신 수많은 분들과 변호인단이 오늘 우리를 정의의 문 앞에 당도하도록 해주셨습니다. 최말자 선생님께 깊은 존경을 표하며, 함께 해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2021년 재심청구를 기각했던 판결을 떠올려봅니다. 2021년, 부산지방법원은 본 사건이 당시의 시대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판결이었다며 재심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법원은 피해자가 제출한 새로운 증거를 무시했고, 당시의 판결이 부당했더라도 오늘날의 기준으로 뒤집힐 수 없다는 논리로 피해자의 권리를 또다시 침해했습니다. 재심을 기각하면서도 판결문 말미에 "청구인의 용기와 외침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사의 첨언이 몹시 분노스러웠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가 뒤바뀐 채 56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피해자에게 무례하기 짝이 없는 판결이었지만, “법의 가장 근본이 되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별도 못 하는 우리 사법이 후세들에게 부끄럽습니다. 항고하겠습니다”라는 최말자 선생님의 단호한 결심 덕에 항고심에서의 또 한 번의 기각에도, 대법원까지 다퉈볼 수 있었고, 결국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과거에 부당했다면, 현재에도 부당한 것입니다.
그렇지만 대법원의 결정이 있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너무 길었습니다. 대법원의 결정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열릴 재심은 그 무엇보다 빠르게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최말자 선생님의 정당방위를 온전히 인정하는 정의로운 판결이 있기를 바랍니다. 최말자 선생님께서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수사, 사법기관의 사죄를 받고, 완전히 자유로운 인간으로서의 시간을 길게 누리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최말자 선생님의 정당방위 인정은 시대의 기준이라는 것이 얼마나 임의적이고 편파적일 수 있는지 보여줄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성폭력 생존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앞으로도 성폭력 생존자들과 함께, 연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끝까지 싸워나가겠습니다.
60년을 지나 당도한 정의의 문 앞에서, 더욱 힘차게 외칩시다.
“최말자는 무죄다”
○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무려 60년만에 일입니다. 재심청구를 시작한지는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018년 한국사회를 뒤흔든 미투운동의 과정에서 56년전 발생한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이면서도 성폭력을 시도한 가해자의 혀를 절단한 것이 과잉방어로 판단되어 중상해죄의 유죄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선생님은 이 사건의 재심 청구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60년 전 발생한 이 사건은 피해자를 향해 강간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사건입니다. 60년 전에도, 현재도 강간과 강제추행의 구성요건은 최협의의 폭행 또는 협박입니다. 가해자의 폭행 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강간 또는 강제추행으로 판단됩니다. 성폭력 상황에서 피해자는 사력을 다해 반항하고 저항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가해자를 처벌할수 있지만, 사력을 다해 반항하고 저항하면 되려 또 다른 범죄의 가해혐의로 처벌을 받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피해자에게 얼마나 저항했는지를 묻지만, 동시에 저항한 피해자에게는 그 행위의 법적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피해자의 저항을 강요하고 강조해온 강간죄의 구성요건은 70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고, 저항한 피해자에 대한 중상해죄의 유죄판결도 60년 동안 유지되고 있습니다.
순결한 피해자 상을 설정하고, 피해자에게 성폭력 피해의 원인이 있다고 여기거나 남성중심의 성적실천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여전히 우리사회에 강고하게 자리잡아 추가적인 2차 피해를 만들고 있습니다. 60년 전 최말자 선생님에게 수사검사는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으니 책임져라,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호감이 있던 것이 아니냐 결혼할 생각이 없느냐라고 물었습니다. 성폭력 피해와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왜곡된 통념은 2024년에도 여전합니다. 비동의강간죄 신설요구에 성관계 전에 합의서라도 작성해야하느냐는 비아냥과 성폭력을 고발하는 피해자를 향한 의심과 비난은 만연합니다.
재심청구에 대해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반세기 전, 오늘날과 다른 사회문화적 환경에서 이루어진 일이고, 시대가 바뀌었다고 당시의 사건을 뒤집을 수는 없다라며 당시 원심 법원의 성차별적이고 가해자 중심의 편향적인 판단을 인정하면서도 재심 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여성폭력피해지원단체들은 지난해 한 달동안 진행된 재심개시를 촉구하는 대법원 앞 릴레이 1인시위에 함께 참여했습니다. 이 사건의 재심개시가 사법정의를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성폭력에 대한 통념을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18일 대법원은 “원판결, 전심판결 또는 그 판결의 기초된 조사에 관여한 법관, 공소의 제기 또는 그 공소의 기초된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확정판결에 의하여 증명된 때”를 재심사유로 규정한 조항을 살피면서 당시 성폭력범죄의 피해자였던 최말자 선생님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검찰 수사가 이뤄진 것이 당시 언론기사와 판결문 등을 통해 확인되고 있기에 수사에 관여한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라 보아 재심청구를 인용해야한다는 취지로 기각판단에 대해 파기환송하였습니다.
이제 60년만에 성폭력 행위를 중단하고자 한 최말자 선생님의 용기 있는 행동이 정당방위로 인정되어 중상해죄의 무죄판결로 이어질 수 있는 재심이 진행됩니다. 비상계엄과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에 연말 선물같은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60년 전과 오늘이 관통하며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에 대한 여성의 자기방어가 정당한 대응임을 확인하는 재심결과가 나올 때까지 한국성폭력상담소도 함께 연대하겠습니다.
○ 정준영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 교수
지연된 정의 회복의 첫 걸음 -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합니다.
저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문화교양학과에 재직 중인 정준영입니다.무죄취지의 파기 환송이 아니라 단지 재심의 재개를 요구하는 파기 환송이어서 다소 아쉬운 감은 있지만 60년 동안이나 지연되었던 정의가 회복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주었다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최말자님은 성함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가 가했던 억압을 온몸으로 견뎌 온 분입니다. 저는 최말자님이 우리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하시면서 최말자님이 겪으셨던 고통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최말자님이 스스로를 발견해 가고 용기를 내실 수 있게 된 데 우리 문화교양학과에서의 경험이 작게나마 도움을 드렸다는 점에서 학과의 일원으로서 더 큰 기쁨을 느낍니다.
저는 최말자씨와 관련된 이번 대법원의 판결에서 두 가지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는 진실은 잠시 묻혀질 수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드러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최말자씨와 관련된 사건은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들이 태어나기도 전인 60년 전에 일어난 것이지만 그와 관련된 진실은 그토록 오랜 세월이 흘렀고 갖은 방해가 있었음에도 결국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진실이 드러날 수 있었던 데에는 최말자님 개인의 용기있는 행동과 주변에서의 헌신적인 도움이 바탕에 있었지만 그 노력의 결과 진실이 드러나게 되었다는 점에 저는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이제 첫 발을 딛은 이상 완전한 진실을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지만 그에 도달하는 것도 결코 멀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이번 판결은 우리 사회의 여러 부문에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금이라도 평평하게 만드는 첫 걸음을 뗄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피해자인 사회적 약자의 피해는 그저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었던 반면 가해자인 사회적 강자가 입었던, 또는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는 실제보다 훨씬 더 과장되게 평가되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최말자님도 바로 그 편향된 평가 때문에 피해를 입으셨던 것이고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그런 편향된 평가의 기준이 조금이라도 바로잡아질 수 있도록 기초를 놓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판결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의 피해에 대해 다룬 것이지만 앞으로 여성 뿐 아니라 장애인과 성소수자, 외국인 등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 모두의 피해도 줄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연대하여 함께 노력해 가야 할 것이고 저희 방송대 문화교양학과의 구성원들도 그에 힘을 보태겠습니다.
모두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이번 대법원의 결정은 최말자님의 무죄를 확정하는 결정이 아니라 단지 재심을 해 보라는 결정에 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최종적으로 무죄 결정이 이루어지고 완전한 정의가 회복되기까지는 아직도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고 짐작됩니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항상 그래 오셨듯이 최말자님이 용기를 잃지 않고 꿋꿋이 나아가 주시기를 당부드리며 저희도 그 여정에 항상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 권김현영 노회찬재단 이사
저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이자 노회찬재단의 이사로 있습니다. 2023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올해의 보이스의 수상장이자 2024년 노회찬재단 노회찬상 수상자인 최말자님께 이런 좋은 소식이 당도했다는 반가운 소식에 달려왔습니다.
노회찬재단에서는 지난 2024년 2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킨 의인들에게 시상하는 노회찬상의 수상자로 <최말자 님>을 선정한 바 있습니다. <최말자 님>의 성폭력 사건은 “형법학 교과서와 대법원 역사에 남을 성폭력과 정당방위에 관한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판결의 당사자인 최말자 님은 이 부정의에 굴하지 않고
‘56년 만의 미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알렸습니다. 당시 심사위원회는 최말자님의 투쟁과 실천은 성폭력사건에서 “여성의 방어권과 정당방위에 대한 법적 해석의 문제”와 “재심 개시요건에 대한 논의”를 확산시키며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고 선정이유를 밝힌 바 있습니다. 그리고 최말자님은 그 어느때보다도 우리에게 필요한 놀라운 승리를 안겨주셨습니다.
올해 노회찬상 수상자는 <최말자님>과 특별상으로는 <소성욱‧김용민 부부>와 <박정훈 해병대령>을 선정된 바 있습니다. <최말자님>은 56년 전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를 인정하지 않은 판결에 맞서 60년만에 재심 개시를 이끌어냈습니다. <소성욱‧김용민 부부>는 동성부부에게 의료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묻는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이게 하나 남은건 <박정훈 해병대령>이 겪은 부정의에 대한 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도 참으로 희망적인 소식입니다.
마지막으로 감사와 만세의 삼창을 드립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이런 승리의 소식을 듣게 해주신 최말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만세! 최말자님과 함께 싸운 여성의전화 활동가분들 그리고 변호인단 분들. 감사합니다! 만세! 이어말하기 함께말하기 포기하지 않고 말하기라는 미투운동의 정신을 이렇게 멋진 역사로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한 모든 시민들께 감사드립니다. 만세!
○ 최말자 피해당사자(속기)
안녕하세요. 이 자리를 비롯해서 인사드리게 되어 죄송하기도 하지만 모두 반가운 얼굴로 맞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대법원에서 재심을 열어주게 될 기회를 얻게 돼서 너무 고맙고 감사합니다. 모든 것은 여러분 덕분입니다. 한 방울 한 방울 물방울이 바위를 뚫었습니다. 소식을 들었을 때 만세를 외쳤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것도 영광이지만, 여러분이 없었다면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이 영광을 변호사님, 한국여성의전화, 기자분들을 포함한 많은 여러분들께 돌리고 싶습니다. 앞에서 선생님들이 다 얘기하셨고, 제가 얘기를 하려면 책을 읽어도 모자라고 하루 종일 해도 모자라 간단히 이렇게 인사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재심을 열어서 무죄가 나오고 정당방위가 인정될 때까지 여러분들 도와주십시오.
우리 후손들에게는 앞으로 이런 피해가 없도록 여러분들께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는 여러분들이 안 계시면 정말 있을 수 없습니다.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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