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평등 없는 대선 공약,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는가
- 성평등이 실종된 대선 후보 10대 정책·공약에 부쳐
5월 12일,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를 포함한 총 7명의 대선 후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선거 10대 정책·공약을 제출했다. 그러나 제출된 정책·공약들에서 성평등 의제는 정당을 불문하고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청년이 크는 나라',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나라' 공약에서는 육아부부 부담 덜기, 여성희망복무제 도입으로 양성평등 군 복무 시스템 도입, 신생아 특례대출, 결혼·자녀 유무에 따른 주택 공급 시기 조정 등을 제시했다. 여성의 권리 보장이나 성평등의 관점은 어디에도 없는 출산과 육아 정책이 전부다. 김문수 후보의 성평등 관점 실종은 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공약을 제출한 12일, 김문수 후보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방문 선거유세 중 같은 당 배현진 여성 국회의원을 향해 ‘미스 가락시장’으로 뽑으라는 차별적 발언을 일삼아 비판을 받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대통령 힘빼고 일 잘하는 정부 만든다'는 1호 공약에서 탄핵된 반여성적 정부의 기조였던 '여성가족부 폐지'를 다시 들고 나와 성평등 정책을 행정 효율화 문제로 축소하여 성평등 의제에 대한 이해가 심각히 결여된 공약을 선보였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성차별이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그 필요성이 반드시 인정된다는 점에서 많은 시민들의 반발로 폐기된 바 있다. 이를 다시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같은 과오를 반복하는 정치적 역행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에서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를 언급하여 얼핏 여성폭력를 다룬 듯 보이지만, 이는 안전 정책의 하위 항목으로 ‘여성’이라는 언급 조차 없이 협소하게 다뤄졌을 뿐이다.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포괄적 대책은 부재하며, 성평등에 기반한 접근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 외 공약들에서도 여성 관련 의제는 모두 복지 또는 안전 중심의 정책 하위 항목으로 분절된 채 제시되어, 성평등이라는 정책 프레임이 실종된 점에서 다른 후보들과 다르지 않다. 해당 후보가 첫 유세에서 ‘빛의 혁명’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포부와는 어긋난 행보로, 성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광장에 나섰던 시민들의 뜻을 함부로 이용하는 꼴이다.
한편, 이중 유일하게 유의미한 성평등 의제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차별 없고 안전한 공존 사회'를 위한 공약에서 발견되었다. 공약 이행방법은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 및 강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디지털성폭력 관련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수사 협력 강제조항 삽입, 비동의 강간죄 도입, 안전한 임신 중단과 여성의 성‧재생산 권리 보장법 도입, ‘비혼출산지원법’ 도입, 민법상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 학생 인권과 노동권 보호, 공존을 위한 이주사회 기반 구축, 탈시설, 이동권, 노동권으로 장애인 권리보장 등으로 임기 내 다양한 방법으로 차별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 공약을 추가로 발표하여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성평등부 산하에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스토킹범죄, 디지털성범죄 등 여성혐오 범죄 전담 부서를 마련하는 등 ‘성평등을 모든 정책의 기조로’ 두겠다는 의지를 보다 명확히 했다.
성평등 정책에 대한 체계적 접근과 실질적 실행 의지를 공약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은 매우 유감스럽다. 지난겨울, 광장과 민주주의를 지켜 '빛의 혁명'을 불러온 주역은 차별과 혐오를 넘어 성평등을 외치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꿈꾸는 여성, 페미니스트, 소수자 시민들이었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성평등 사회를 향한 광장의 분명한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의 노고로 열리게 된 조기 대선에 참여하는 모든 후보는 광장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성평등은 선택적 의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이자 정의로운 사회의 필수 조건이다. 지금이라도 각 후보는 성평등을 국가 비전의 중심에 두는 공약을 발표하고, 실현 의지를 분명히 하라.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자 책임이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50513
성평등 없는 대선 공약, 민주주의를 말할 수 있는가
- 성평등이 실종된 대선 후보 10대 정책·공약에 부쳐
5월 12일,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를 포함한 총 7명의 대선 후보들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통령선거 10대 정책·공약을 제출했다. 그러나 제출된 정책·공약들에서 성평등 의제는 정당을 불문하고 거의 전무한 수준이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의 '청년이 크는 나라', '아이 낳고 기르기 좋은 나라' 공약에서는 육아부부 부담 덜기, 여성희망복무제 도입으로 양성평등 군 복무 시스템 도입, 신생아 특례대출, 결혼·자녀 유무에 따른 주택 공급 시기 조정 등을 제시했다. 여성의 권리 보장이나 성평등의 관점은 어디에도 없는 출산과 육아 정책이 전부다. 김문수 후보의 성평등 관점 실종은 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드러났다. 공약을 제출한 12일, 김문수 후보는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 방문 선거유세 중 같은 당 배현진 여성 국회의원을 향해 ‘미스 가락시장’으로 뽑으라는 차별적 발언을 일삼아 비판을 받고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대통령 힘빼고 일 잘하는 정부 만든다'는 1호 공약에서 탄핵된 반여성적 정부의 기조였던 '여성가족부 폐지'를 다시 들고 나와 성평등 정책을 행정 효율화 문제로 축소하여 성평등 의제에 대한 이해가 심각히 결여된 공약을 선보였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성차별이 심각한 한국 사회에서 그 필요성이 반드시 인정된다는 점에서 많은 시민들의 반발로 폐기된 바 있다. 이를 다시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같은 과오를 반복하는 정치적 역행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에서 '교제폭력 범죄 처벌 강화'를 언급하여 얼핏 여성폭력를 다룬 듯 보이지만, 이는 안전 정책의 하위 항목으로 ‘여성’이라는 언급 조차 없이 협소하게 다뤄졌을 뿐이다.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여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포괄적 대책은 부재하며, 성평등에 기반한 접근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 외 공약들에서도 여성 관련 의제는 모두 복지 또는 안전 중심의 정책 하위 항목으로 분절된 채 제시되어, 성평등이라는 정책 프레임이 실종된 점에서 다른 후보들과 다르지 않다. 해당 후보가 첫 유세에서 ‘빛의 혁명’을 이어가겠다고 밝힌 포부와는 어긋난 행보로, 성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광장에 나섰던 시민들의 뜻을 함부로 이용하는 꼴이다.
한편, 이중 유일하게 유의미한 성평등 의제는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차별 없고 안전한 공존 사회'를 위한 공약에서 발견되었다. 공약 이행방법은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격상 및 강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디지털성폭력 관련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한 수사 협력 강제조항 삽입, 비동의 강간죄 도입, 안전한 임신 중단과 여성의 성‧재생산 권리 보장법 도입, ‘비혼출산지원법’ 도입, 민법상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 학생 인권과 노동권 보호, 공존을 위한 이주사회 기반 구축, 탈시설, 이동권, 노동권으로 장애인 권리보장 등으로 임기 내 다양한 방법으로 차별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여성 공약을 추가로 발표하여 부총리급으로 격상된 성평등부 산하에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스토킹범죄, 디지털성범죄 등 여성혐오 범죄 전담 부서를 마련하는 등 ‘성평등을 모든 정책의 기조로’ 두겠다는 의지를 보다 명확히 했다.
성평등 정책에 대한 체계적 접근과 실질적 실행 의지를 공약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은 매우 유감스럽다. 지난겨울, 광장과 민주주의를 지켜 '빛의 혁명'을 불러온 주역은 차별과 혐오를 넘어 성평등을 외치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꿈꾸는 여성, 페미니스트, 소수자 시민들이었다. 다양성이 존중되고, 차별과 혐오가 없는 성평등 사회를 향한 광장의 분명한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 이들의 노고로 열리게 된 조기 대선에 참여하는 모든 후보는 광장의 목소리를 기억해야 한다. 성평등은 선택적 의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핵심이자 정의로운 사회의 필수 조건이다. 지금이라도 각 후보는 성평등을 국가 비전의 중심에 두는 공약을 발표하고, 실현 의지를 분명히 하라.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켜낸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응답이자 책임이다.
* 당신과 함께하는 기억의 화요일 ‘화요논평’ 2025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