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드립니다. 부산여성의전화 성가정폭력상담소 소장 배은하입니다.
최말자 선생님과 함께 부산에 있으면서 6년 동안 최말자 선생님과 가장 많이 만나고 언론인터뷰, 방송인터뷰 등을 위해 함께한 시간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 활동가로 선배 여성인권운동가인 최말자 선생님의 노력과 활동, 그리고 선생님께 전해 드리고 싶은 축하의 말을 글로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전국의 여성인권 활동가들이 오늘 최말자 선생님의 무죄 선고를, 재심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최초로 인정되는 역사적인 시간을, 모두가 함께 염원하고 기다려왔습니다. 저 역시 최말자 선생님과 함께 한 6년의 시간 중 오늘이 가장 기쁜 날 중 하루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최말자 선생님과 함께 정말 여러 장소, 다양한 사람, 그리고 부당함과 부정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최말자 선생님은 2020년 5월 6일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과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이전 각 언론사와 방송사의 인터뷰를 진행하셨습니다. 인터뷰의 시작은 항상 당시의 성폭력 피해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고, 최말자 선생님은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너무도 생생한 그 날의 성폭력 피해 상황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나면 며칠을 앓아야 할 만큼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결코 최말자 선생님은 인터뷰를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억울함을 바로잡아야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재심을 청구하고 난 후 최말자 선생님은 1964년 성폭력 피해자에서 중상해 가해자로 바뀌어 버린 본인의 오래된 사건 기록을 찾기 위해, 부산지방법원, 부산지방경찰청, 부산광역시청, 국가기록원을 찾아 다녔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많은 분들의 응원과 최말자 선생님의 용기에도 불구하고 2021년 부산지방법원은 재심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56년 전 사법부가 피해자인 저를 오히려 가해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어린 소녀가 아닌 호랑이가 되어 똑바로 세상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1심 재심 청구 기각 후 2021년 8월에 진행된 ‘56년을 가로지른 연대, 최말자님과 대담‘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1964년 아버지가 구속되어 있는 어린 딸, 최말자 선생님을 위해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하자 ‘나는 지은 죄가 없으니 절대 합의하지 말고, 합의금으로 1원 한 푼도 쓰지 말라’, ‘나에게 죄가 있다면 죄 값을 받겠다‘고 말했던 그 용기 그대로, 성폭력 상황에서의 정당방위 행위에 대해 검찰과 사법부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평생의 한을 풀기 위해 부산지방법원의 기각 결정에 바로 부산고등법원에 항고하였고, 또다시 대법원 재항고, 그리고 매서운 한파에 대법원 앞에서 재심촉구 1인 시위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최말자 선생님에게는 두 가지 소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는 공부를 하는 것이었고, 하나는 1964년 있었던 본인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잘못된 재판의 결과를 바로 잡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의 소원은 한국방송통신대 졸업으로 이루셨고, 남은 하나의 소원을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할 수 있어 후배 여성인권활동가로 너무 영광입니다.
그런 최말자 선생님은 항상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함께 해줘서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라고, 하지만 정작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들을 통해서 저희가 여성인권운동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어떻게 행동하고 활동해야 하는지, 선배 여성인권운동가 최말자 선생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곁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최말자 선생님의 건강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최말자 선생님의 말씀은 한결 같으셨습니다. “끝을 볼 때까지 건강을 잘 챙겨아지요”
최말자 선생님의 과거 잘못된 사법부의 과오를 바로 잡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으로 힘들었지만, 여성폭력의 현장은 여전히 한방울 한방울의 물방울이 바위를 뚫어야 하는 현실이지만 선생님이 보여주신 열정 절대 잊지 않고, 지치지도 않고, 끝까지 싸워 성폭력 없는 세상, 여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산여성의전화도 언제나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긴 시간 너무 고생 많으셨고, 오늘의 무죄 선고 다 시 한번 축하드리고, 후배 활동가들의 멋진 선배로써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붙임1. 한국여성의전화 입장문
※붙임2. 기자회견 개요
※붙임3. 발언문
*사진과 영상의 저작권은 한국여성의전화에 있습니다. 표기하여 활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환영한다.
61년 만의 재심 무죄 판결은 최말자와 우리 모두의 승리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61년 4개월, ‘56년 만의 미투’ 사건 당사자 최말자가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통한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원했던 1988년 성폭력 사건에 정당방위가 최초로 인정된 바 있으나, 재심을 통해 잘못된 판결을 바로잡은 것으로는 최초다. 재심을 청구한지 5년 4개월만이다. 최말자의 승리고, 폭력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운 성폭력 피해자들의, 한국 여성들의 귀한 성과다.
강간을 시도한 남성의 혀를 깨물어 상황을 모면한 피해자에게 더 무거운 처벌을 내린 1965년의 법원, 당시 공판절차가 피해자의 인격을 침해하였을 것이라면서도 성차별이 자연스러웠던 1960년대의 판결을 오늘날의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 재심을 기각했던 2021년의 법원, 당시뿐 아니라 오늘날까지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피해자를 도리어 가해자로 취급하는 수사기관에 이르기까지 사법기관은 오늘의 판결을 똑똑히 새기길 바란다. ‘그때도, 지금도 틀렸다’며 끝까지 싸워 승리를 얻어낸 최말자를 기억하며 다시는 이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말라. 한국의 사법정의는 누구도 아닌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발과 투쟁으로 세워져왔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들어라.
사건 이후 56년, 미투 운동을 지켜보며 자신의 사건을 바로잡을 결심을 한 최말자. 미투 운동 이전과 이후 여성폭력 피해자들의 말하기에 귀 기울여온 수많은 시민들. 여성폭력 사안에 사법정의를 실현하고자 뜻을 함께한 우리 모두의 승리를 축하하자. 오늘의 승리를 발판 삼아 성평등한 사회, 여성폭력 없는 사회를 향해 함께 꾸준히 나아가자.
2025.09.10.
한국여성의전화
강릉여성의전화, 강화여성의전화, 광명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의전화, 군산여성의전화, 김포여성의전화, 김해여성의전화, 대구여성의전화, 목포여성의전화, 부산여성의전화, 부천여성의전화,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성남여성의전화, 수원여성의전화, 시흥여성의전화, 안양여성의전화, 영광여성의전화, 울산여성의전화, 익산여성의전화, 전주여성의전화,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의전화, 천안여성의전화, 청주여성의전화
"61년 만의 재심 무죄 판결, 최말자가 최초로 이뤄낸 승리"
○ 장소 : 부산지방변호사회 ○ 주최 :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 인정을 촉구하는 여성·시민 사회 일동
(강릉여성의전화, 강화여성의전화,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광명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의전화, 군산여성의전화, 기독교여성상담소, 김포여성의전화, 김해성폭력상담소, 김해여성의전화, 당진가족성통합상담센터,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여성의전화, 대구환경운동연합, 목포여성의전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법무법인 지향, 부산여성의전화, 부천여성의전화, 비호(庇護) : 비혼호남여성모임, 사단법인 경남여성회부설 경남성폭력가정폭력통합상담소, 사단법인 파주여성민우회 부설 성폭력·가정폭력통합상담소, 사람과평화부설용인성폭력상담소,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성남여성의전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세종YWCA성인권상담센터, 수원여성의전화, 시흥여성의전화, 안양여성의전화, 여성폭력통합지원상담소연대(22개소), 여성환경연대, 영광여성의전화, 울산여성의전화, 익산여성의전화, 전주여성의전화, 제주평화인권센터,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의전화, 천안여성의전화, 천주교성폭력상담소, 청주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함안성가족상담소) ○ 사회 :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 순서
※붙임3. 발언문
○ 최말자 피해당사자
바쁘신 와중에 참석해 준 여러분께 고맙습니다.
오늘의 이 영광은 여러분들의 힘과 노력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저의 가족과 주변 지인분들, 그리고 여성단체 여러분들과 변호사님 모든 분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답변으로 하겠습니다.
61년 전, 18세 소녀였던 나는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가 가해자로 바뀌어, 나의 운명은 죄인이 되었습니다. 주변에서 바위에 계란치기라고 만류했지만 이 사건을 묻고 갈 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운이 참 좋아 주변의 인연들을 용기와 힘, 도움을 받아 오늘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나와 같은 운명을 가진 피해자들을 위해 앞장설 수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습니다.
어느 기자가 내 이름을 몰라도 “혀 절단 사건”이라 하면 첫머리에 떠올린다는 말을 했습니다.
역사와 기록도 중요하지만 반드시 헌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우리의 헌법이 꼭 잘못됐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직권남용으로 약자를 짓밟고 법을 악용한 권력자들의 잘못된 생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상입니다.
“어렵다” “잘 안 될 거다”. 재심 청구를 준비할 때 많이 들었던 말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겠다, 우리 사회에 논의의 장이라도 마련하겠다, 하고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일단 최말자 선생님을 만났기 때문인 당위였고, 다른 사람들이 안 될 거라해도 내심으로는 안 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재심을 기각한 1심 선고에서 과거의 잘못을 현재에 바로 잡을 수 없다, 그러나 최말자 선생님의 용기에 탄복한다는 판결문에 '아, 우리 사회가 이 정도였지, 어쩜 이리 순진했을까' 하고 분노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 최말자 선생님이 소녀였던 내가 호랑이가 되어 돌아왔다며 항소하겠다고 하셨을 때, 지금의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해서 과거의 잘못된 판결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다시 한번 말씀하셨지요. 그 흔들리지 않는 기세에 오늘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재심 청구로부터 5년이 훌쩍 지나 맞이한 오늘, 걱정 없이 최말자 선생님의 승리를 축하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다양한 직업, 다양한 연령, 다양한 지역의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과거 사법기관의 과오를 바로잡고 최말자 선생님의 정의를 찾는 길을 응원해 주셨습니다. 오늘에 당도하기까지 애써주신 모든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오늘의 선고는 한국 여성운동에 다음과 같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재심으로 여성폭력 사건을 바로 잡은 최초의 사례입니다. 61년 전 수사재판과정의 과오, 즉 피해자와 가해자의 위치를 뒤바꾼 큰 과오를 재심을 통해 바로잡았습니다. 그간 적지 않은 피해자들이 이 사건과 마찬가지로 수사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지위를 잃었습니다. 이는 현재진행형인 일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폭행이나 강간에 대한 법률적 원칙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오늘의 선고가 관련 사건을 다루는 수사, 사법 기관에 본보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둘째. 여성의 방어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정당한 방어행위조차 폭행으로 인지하는 관행은 이제 끝나야 합니다. 지난 6월 부산에서 쌍방폭행이 되지 않기 위해 피해를 당하기만 하다가 양팔이 다 골절되었다는 한 피해자의 사례가 있습니다. 오늘의 선고로 수사재판기관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바로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1964년 “죄 없는 최 양을 풀어줘라”라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법정을 가득 메웠다고 합니다. 그 목소리가 2025년까지 이어져 오늘을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여성운동이 승리한 역사의 한 장면으로 남을 것입니다. 우리는 더디더라도 전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인권은 쟁취하는 것임”을 몸소 실천하신 최말자 선생님 덕분입니다. 중상해죄는 무죄가 되었지만, 성폭력 사건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받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국가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도 남았습니다.한국여성의전화는 앞으로 남은 과제를 최말자 선생님과 함께 해나가겠습니다.
○ 김수정 피해자 변호인단,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변호사로서, 너무나 영광스럽고 어려운 사건에 6년 동안 애를 썼고,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다 최말자 선생님이 우뚝 버티고 서있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판결은 기본적으로는 ‘중상해’ 부분은 증거가 없다, ‘상해’ 부분도 정당방위이어서 무죄다 라고 판결이 났습니다.
당연히 61년 전에 났어야 하는 판결이 이제야 바로잡힌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61년 전 바로 부산지방법원에서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유죄를 선고했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모독을 주고, 피해자가 겪어선 안되는 일들을 겪게 하였는데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하면서 판결을 했다면 오늘의 판결이 더 빛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지난 변론에서 검찰에서 무죄를 구형하며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하며 무죄를 구형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습니다.
다들 아시는 이야기지만 이 사건은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에 무죄가 된 것이 아니고, 그때나 지금이나 무죄인 사건인데 성차별적인 편견으로 인해 오판되었던 사건입니다.
그 오판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워준 최말자님 덕분에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오늘 검찰과 법원이 과거의 변론을 바로잡았듯, 과거 미완의 변론이 오늘의 무죄로 완성되어서 기쁘고, 이 사건에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재심 청구가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만으로 개시할 수 있다는, 재심 사건에서 중요한 법리를 남긴 판결이라 생각합니다. 과거 기록이 멸실된 수많은 재심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큰 성과를 남긴 사건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재심으로 인정된 점, 진술의 신빙성만으로도 재심이 열린 두 가지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재심이라 생각합니다.
이 판결이 많은 분들에게 본인의 억울함을 풀어나가는 많은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배은하 부산여성의전화 성·가정폭력상담소 소장
인사드립니다. 부산여성의전화 성가정폭력상담소 소장 배은하입니다.
최말자 선생님과 함께 부산에 있으면서 6년 동안 최말자 선생님과 가장 많이 만나고 언론인터뷰, 방송인터뷰 등을 위해 함께한 시간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배 활동가로 선배 여성인권운동가인 최말자 선생님의 노력과 활동, 그리고 선생님께 전해 드리고 싶은 축하의 말을 글로 한번 적어보았습니다.
전국의 여성인권 활동가들이 오늘 최말자 선생님의 무죄 선고를, 재심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정당방위가 최초로 인정되는 역사적인 시간을, 모두가 함께 염원하고 기다려왔습니다. 저 역시 최말자 선생님과 함께 한 6년의 시간 중 오늘이 가장 기쁜 날 중 하루로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최말자 선생님과 함께 정말 여러 장소, 다양한 사람, 그리고 부당함과 부정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습니다.
최말자 선생님은 2020년 5월 6일 재심 개시 촉구 기자회견과 부산지방법원에 재심청구서를 제출하기 이전 각 언론사와 방송사의 인터뷰를 진행하셨습니다. 인터뷰의 시작은 항상 당시의 성폭력 피해 상황을 이야기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였고, 최말자 선생님은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너무도 생생한 그 날의 성폭력 피해 상황을 반복해서 이야기하고 나면 며칠을 앓아야 할 만큼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결코 최말자 선생님은 인터뷰를 거절하지 않았습니다. 본인의 억울함을 바로잡아야 후손들이 성폭력 없는 세상에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재심을 청구하고 난 후 최말자 선생님은 1964년 성폭력 피해자에서 중상해 가해자로 바뀌어 버린 본인의 오래된 사건 기록을 찾기 위해, 부산지방법원, 부산지방경찰청, 부산광역시청, 국가기록원을 찾아 다녔습니다. 하지만 전국의 많은 분들의 응원과 최말자 선생님의 용기에도 불구하고 2021년 부산지방법원은 재심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56년 전 사법부가 피해자인 저를 오히려 가해자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이제는 어린 소녀가 아닌 호랑이가 되어 똑바로 세상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1심 재심 청구 기각 후 2021년 8월에 진행된 ‘56년을 가로지른 연대, 최말자님과 대담‘에서 선생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1964년 아버지가 구속되어 있는 어린 딸, 최말자 선생님을 위해 합의금을 마련하려고 하자 ‘나는 지은 죄가 없으니 절대 합의하지 말고, 합의금으로 1원 한 푼도 쓰지 말라’, ‘나에게 죄가 있다면 죄 값을 받겠다‘고 말했던 그 용기 그대로, 성폭력 상황에서의 정당방위 행위에 대해 검찰과 사법부의 잘못을 바로 잡기 위해, 평생의 한을 풀기 위해 부산지방법원의 기각 결정에 바로 부산고등법원에 항고하였고, 또다시 대법원 재항고, 그리고 매서운 한파에 대법원 앞에서 재심촉구 1인 시위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 최말자 선생님에게는 두 가지 소원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는 공부를 하는 것이었고, 하나는 1964년 있었던 본인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잘못된 재판의 결과를 바로 잡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하나의 소원은 한국방송통신대 졸업으로 이루셨고, 남은 하나의 소원을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할 수 있어 후배 여성인권활동가로 너무 영광입니다.
그런 최말자 선생님은 항상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함께 해줘서 감사합니다, 응원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라고, 하지만 정작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들을 통해서 저희가 여성인권운동에 대해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여성폭력 피해자를 위해 어떻게 행동하고 활동해야 하는지, 선배 여성인권운동가 최말자 선생님으로부터 정말 많은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곁에서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최말자 선생님의 건강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최말자 선생님의 말씀은 한결 같으셨습니다. “끝을 볼 때까지 건강을 잘 챙겨아지요”
최말자 선생님의 과거 잘못된 사법부의 과오를 바로 잡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으로 힘들었지만, 여성폭력의 현장은 여전히 한방울 한방울의 물방울이 바위를 뚫어야 하는 현실이지만 선생님이 보여주신 열정 절대 잊지 않고, 지치지도 않고, 끝까지 싸워 성폭력 없는 세상, 여성폭력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부산여성의전화도 언제나 열심히 활동하겠습니다.
긴 시간 너무 고생 많으셨고, 오늘의 무죄 선고 다 시 한번 축하드리고, 후배 활동가들의 멋진 선배로써 항상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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