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안 및 논평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성평등한 사회를 향한 제도와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1993년 성폭력특별법,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 2018년 여성폭력방지기본법, 2021년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제정된 법률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정부를 감시하며, 성평등 정책을 촉진하는 활동을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정책 제안

[2020 한국여성의전화 정책 제안] 불법촬영, ‘성적 욕망, 성적 수치심’은 누구의 기준인가?

Ⅱ. 성폭력 통념을 부수는 제도와 정책 변화 

9. 불법촬영, '성적 욕망, 성적 수치심'은 누구의 기준인가? 


1) 현황 및 필요성 

○ 대검찰청 자료에 의하면 불법촬영범죄 접수 건수는 2013년 2,997건에서 2017년 6,632건으로 불과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33) 정부는 날로 심각해지는 불법촬영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조항을 개정하며 ‘불법촬영 처벌 강화’를 내세웠지만, ‘성적 욕망 및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람의 신체’라는 범죄 구성요건으로 인해 처벌의 공백이 생긴다. 

○ 2019년 10월, 의정부지방법원은 레깅스를 착용한 여성의 뒷모습 하반신을 불법촬영한 것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 촬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1심 유죄 판결(벌금 70만 원,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24시간)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해당 사건에서 재판부는 촬영물상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여성의 신체는 목과 손, 발목뿐이며 엉덩이 부위는 확대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재판부는 심지어 불법촬영물을 판결문에 실어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까지 야기했다. 이와 유사한 판례는 적지 않다. 여성의 상반신을 몰래 찍어도 '가슴 부위가 강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40차례 이상 스타킹이나 레깅스, 스키니진 등을 입고 있는 여성들을 몰래 촬영했지만 '선정적이거나 노출이 심하지 않고 특정 부위를 부각하여 촬영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판례들도 있다. 이처럼 재판부는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여성의 신체를 남성중심적인 기준으로 판단하여 피해자의 신체를 분절하고 대상화, 비인격화하고 있다. 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많은 불법촬영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이에 불법촬영범죄를 피해자의 권리 침해 행위로 바라보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하다. 


2) 정책 과제 

○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범죄 구성요건 개정 및 실효성 있는 처벌 

○ 수사·재판기관의 불법촬영 및 성폭력 인식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훈련 프로그램 확충 


33) 대검찰청 보도자료, “여성아동 대상범죄 대응 전담검사‧수사관 워크숍 개최” (2018. 11. 9.): 이는 발각된 범행 신고 건수라는 걸 고려할 때 피해자가 범행 사실조차 모르고, 피해자가 범행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경우까지 고려한다면 실제 발생 건수는 이보다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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