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안 및 논평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성평등한 사회를 향한 제도와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1993년 성폭력특별법,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 2018년 여성폭력방지기본법, 2021년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제정된 법률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정부를 감시하며, 성평등 정책을 촉진하는 활동을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정책 제안
살인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의견서
살인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의견서 수신: 양형위원회 1. 안녕하십니까? 인권향상에 애쓰시는 귀 기관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2. 양형기준안에 관한 1차 공청회 자료를 토대로 살인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의견을 아래와 같이 제출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2009.02.18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성폭력 등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고 예방하기 위해 1983년부터 활동해온 여성인권운동단체입니다. 가정폭력은 피해자든 가해자든 둘 중에 하나가 죽어야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 폭력의 정도가 심각하고 사회적 개입이 어려운 범죄입니다. 본회에서는 상담소 운영을 통해 피해자를 직접 지원하는 동시에, 때로는 피해자가 사망하거나, 피해자에 의해 가해자가 사망한 사건도 지원해왔습니다. 그러나 재판결과를 보면서 양형의 기준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여러 번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잔인한 폭력에 시달리다가 가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여성의 경우와 오랫동안 잔인한 폭력을 행하다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그 선고 결과가 심히 공평하다 할 수 없는 사례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이에 양형의 일관성을 제고하고, 엄정한 양형을 실현하고자 하는 양형위원회의 활동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큽니다. 본회는 살인의 양형기준에 관한 1차 공청회 자료를 토대로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동기는 무엇을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 현재 양형위원회의 안에 따르면 특히 참작할 사유가 있는 살인, 보통 동기에 의한 살인, 특히 비난할 사유가 있는 살인으로 유형을 구분하고 있습니다. 참작할 사유가 있는 살인에 피해자로부터 장기간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 지속적인 육체적 ․ 정신적 피해를 당한 경우가 명시된 것은 바람직 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동기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구분하고 증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으로서, 자료집의 양형기준안 적용결과를 살펴봐도 이와 같은 예상은 별로 틀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양형기준을 적용한 살인기수의 41번 사례는 “피해자가 처와 외도하고, 이혼을 요구하는 등의 상황에서 처와 피해자가 새벽에 따로 만나자 식칼로 피해자를 수 회 찔러 살해”한 사건으로 “특히 참작할 동기”로 유형화되었고, 양형기준을 적용한 살인미수의 23번 사례는 “피해자가 처와 불륜관계가 있다고 의심하다가 두 사람이 옷을 벗고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화가 나서 부엌칼로 피해자의 배를 1회 질러 살해하려다가 미수에 그치고 3주 상해”를 입힌 사건으로 “보통 동기”로 유형화되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비교에 불과하지만, 문제는 처와 피해자가 새벽에 따로 만난 것과 처와 피해자가 옷을 벗고 잠들어 있는 상황을 누가, 어떻게 참작할만한 동기와 보통 동기로 구분할 수 있냐는 것 입니다. 결국은 법관 개인의 가치관이 반영된 판단에 지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한편, 특히 참작할 사유로 예시되어 있는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의 경우 아직도 개인적인 문제 혹은 피해자에게 귀책이 있는 문제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적절한 법률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 사건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법관 개인이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을 온전히 피해로 인정하고 참작할만한 사유가 있는 살인으로 구분할 것인지 우려가 됩니다. 같은 맥락에서 비난할 사유가 있는 살인의 경우에 현재는 “지속적으로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을 행하다 피해자를 살인한 경우”는 포함되어 있지 않는데, 이러한 폭력들이 보통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반드시 비난할 사유에 포함되어야 할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 또한 앞에 서술한 것과 마찬가지로 가정폭력, 성폭력, 스토킹 등을 온전한 가해로 인정하고 비난할 사유가 있는 살인으로 구분될 수 있을지 염려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동기에 따른 기준형량 차이가 크기 때문에 결국엔 형의 공정성 시비를 넘어설 수 없으며 , 누군가는 부당하게 형을 많이 선고받거나, 덜 선고받는 경우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동기를 양형의 기준으로 삼는다면 좀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동기를 객관화할 수 있는 작업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 입니다. 예를 들면, 가정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유형 분류에 있어 전문가의 상담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유무를 필수적으로 체크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던가 하는 것입니다. 2. 양형인자에 대해서 양형인자는 계획적 범행,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 잔혹한 범행수법, 반성 없음, 피해자 유발, 유족처벌불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오랫동안 가정폭력 피해를 경험한 사람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후유증을 겪게 된다고 보고되고 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증세는 과민반응, 충격의 재경험, 감정회피나 마비 등이며, 알코올이나 약물남용, 자해적 행동과 자살 시도, 대인관계 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범행 당시 피해자가 신체 또는 정신 장애, 연령 등으로 인하여 범행에 취약하였던 경우를 의미”하는 ‘범행에 취약한 피해자’에 오랫동안 가정폭력 피해를 당한 경우가 포함되어야 할 것 입니다. 한편, 양형기준상 권고형 범위의 특별조정에 있어 특별가중인자와 특별감경인자를 동급으로 취급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 가 있습니다. “특별양형인자에 대한 평가 결과 가중영역에 해당하는 사건이 특별가중인자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특별가중인자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처단형 상한을 1/2까지 가중한다”는 조정안은 특별가중인자와 특별감경인자를 너무나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됩니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살인사건의 경우 피해 자녀에 의한 존속 살인도 많이 발생합니다. 이 경우, 감경요소의 피해자 유발(강함)과 가중요소의 존속이 충돌합니다. 이는 일례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연 이 두 가지 양형인자를 단순한 개별 인자로 보고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거나 타당한지는 좀 더 깊은 고려가 필요합니다. 여러 의견을 취합하여 우리나라 최초의 양형기준이 올바르게 확립되기를 바라며, 앞으로 지금 논의되는 8개 범죄 외에 폭력사건 등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타당한 양형기준이 제시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