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안 및 논평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성평등한 사회를 향한 제도와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1993년 성폭력특별법,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 2018년 여성폭력방지기본법, 2021년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제정된 법률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정부를 감시하며, 성평등 정책을 촉진하는 활동을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정책 제안

성폭력 후유증에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성폭력 후유증에는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2005년 12월경 중학생이던 두 자매는 TV에서 성폭력에 대한 다큐 내용을 보면서 초등학교 1학년과 취학 전 이었을 때 집주인이 했던 행위가 성폭행임을 깨닫고 아버지에게 말했다. 2006년 1월에 고소를 했으나 공소시효가 경과하여 형사소송을 할 수 없었다. 2007년 1월 민사 소송을 제기하여 재판부는 2008년 1월 가해자의 혐의를 인정하고 손해배상 승소판결을 내렸다. 가해자는 공소시효 만료라는 법적 테두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고 한다. 그동안 공소시효는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면죄부가 되어 왔다. 2010년 4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7조의 3 공소시효 기산에 관한 특례)이 개정되면서 아동·청소년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를 피해아동이 성년이 된 날부터 적용하게 되었다. 법이 개정된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성인 피해자를 포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성폭력범죄에서 공소시효에 대한 문제는 반성폭력운동의 주요한 숙제중의 하나이다. 상담실로 걸려오는 다양한 상담전화 중에서도 위와 비슷한 사례를 호소하는 여성들이 상당히 있다. 그러나 사례는 비슷하지만 광주지방법원 판결처럼 법을 통해 가해자의 혐의를 다 밝힐 수 있지는 않다. 안타까운 현실은 20년 전, 30년 전 성폭력피해를 최근에서야 인지하고 상담소를 찾아 전화했기 때문에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는지를 지금부터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경우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물어오지도 않고, 어릴 적에 당한 피해가 성폭력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며, 가해자로부터 사과를 받고 싶다고 했다.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이 70~80%에 달하는 성폭력 피해 현실을 감안하고 보면 사과를 받고 싶었다고 호소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친족 성폭력 피해자다. 오랜 시간 자신을 그토록 힘들게 해왔던 것이 성폭력 때문이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긴 했지만 그동안 받아온 고통의 시간을 생각하면 보상 또한 비례해야 맞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이 원한 ‘사과’는 너무 약소하다 싶을 정도로 소박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거나 괜찮아질꺼라 생각하지만 성폭력 피해에 있어서 많은 경우 시간은 약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대다수의 피해자는 분노감이나 우울증 등으로 인해 오랜 기간 정신과치료를 받기도 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한번쯤은 말했을 법도 한데 자신의 성폭력 피해에 대해 말하지 못하고 치료만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말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몰랐기 때문에 말하지 못한 것이 맞다. 오래전에 겪은 자신의 성폭력 피해를 알고 난후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지만 사과는 커녕 피해 다니거나 연락을 끊어버린다. 오랜 기간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여왔던 응어리, 이유도 모르거나 꺼낼 수 없어서 차마 가슴에서 꺼내지 못했던 응어리를 가슴에서 어렵사리 꺼내놓고 나니 오랜 시간 누적되어온 분노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서 버렸다. 용기 내어 사과라도 받고 싶었는데 가해자는 절대 인정하지 않고, 점점 커지는 분노감을 덜어보려고 법에 대해서도 알아봤는데 이미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공소시효는 지난지 오래였다. 2008년 1월 광주지방법원의 판례는 그동안 말하지 못해왔던 피해생존자들에게 자신의 용기를 드러내는 새로운 희망이 되었다. 본회 역시 공소시효가 지난 성폭력 사건에 김연지(가명)씨와 어머니 이주연(가명)씨에 대해 기획 민사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김연지씨는 9살 때 이모의 아들로부터 수차례의 성추행과 강간을 당했고, 도움을 요청한 이모에게 폭언과 폭행을 10년간 당해왔다. 2010년 1월 TV를 통해 본 성폭력사건 보도를 보면서 어머니에게 성폭력 피해를 말하고, 그때서야 오랜 기간 자신을 힘들게 해 온 우울증의 원인이 성폭력 피해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최근에서야 복합성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를 받고 있다. 치료를 받기 전까지 김연지씨의 어머니 이주연씨는 이유도 모른 채 딸의 분노를 다 참아야만 했다. 김연지씨는 현재 성폭력 후유증과 가족의 후유증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진행중이다. 그동안 상대 쪽에서는 사과한마디 없고, 모른척 일관하다가 재판이 시작되니 공소시효와 소멸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연지씨는 밤마다 괴롭히던 악몽을 꾸지 않게 됐다고 한다. 어머니 주연씨는 어린 시절 겪은 성폭력의 후유증은 10년, 20년 혹은 더 후에도 그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성폭력 범죄에는 공소시효가 있지만, 성폭력 후유증에 공소시효가 없다며 재판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소시효가 지나서 형사고소는 못하지만 용기 내어 시작한 민사소송이 좌절되어선 된다. 그리고 올해 6월 법무부 민법개정위는 성폭력을 당한 미성년자의 손해배상청구권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성년이 되는 날부터 계산하며, 성년의 나이 기준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추고,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를 10년에서 20년으로 늘려 만 39세까지 손해배상소송을 낼 수 있게 한다는 내용으로 안을 내었다. 이 안은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를 거쳐 내년 상반기 중 민법 개정안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연지씨와 이주연씨의 다음 재판은 공소시효와 소멸시효를 어떻게 볼 것인가가 쟁점이 될 것이다. 공소시효 만료가 성폭력 가해자들의 면죄부로 이용되지 않도록 개정안이 하루빨리 확정되어 시행되어야 하며, 법시행이전이라도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아동성폭력에 국한된 내용을 성인피해자들에게까지 적용될 수 있도록 확대해야 한다. 성폭력 후유증에는 공소시효가 없다.
최신 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