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안 및 논평
한국여성의전화는 여성폭력 피해자와 함께하는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성평등한 사회를 향한 제도와 정책을 제안하고 개선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1993년 성폭력특별법,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 2018년 여성폭력방지기본법, 2021년 스토킹처벌법을 제정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제정된 법률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정부를 감시하며, 성평등 정책을 촉진하는 활동을 합니다.
한국여성의전화 정책 제안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무시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규탄한다!
여성의 몸은 국가의 통제 대상이 아니다 !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무시하고 형법 270 조 1 항 합헌 결정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규탄한다 ! 오늘 (23 일 )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 시술자를 처벌하는 형법 제 270 조 1 항에 대한 합헌 판결을 내렸다 . 우리는 국민 모두가 지니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 행복추구권과 그 불가침의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제 10 조에도 불구하고 , 결국 국가에 의한 낙태 통제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에 우선한다는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다 . 특히 이번 위헌 소송은 여성의 요청에 의한 낙태 시술에 대해 상대 남성이 고소를 한 것이 계기가 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크다 . 이 사건은 지난 2010 년부터 한국프로라이프의사회가 낙태 시술을 한 병원과 의사들을 고발하면서 수많은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에도 불구하고 이 사례와 같이 상대 남성 등으로부터의 폭력과 협박 , 고소에 시달려야 했던 시기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다 .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몸과 삶에 직결된 문제임에도 결국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국가와 타인의 통제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헌법재판소가 이번 판결로서 명백하게 승인하고 있는 셈이다 . 무엇보다 우리는 이번 합헌 판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유에 더욱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 ’ 는 것을 판결의 중요한 근거로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러나 합헌 결정 요지에서 헌법재판소가 언급하고 있듯이 , ‘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존엄 ’ 하며 ‘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 ’ 이라고 본다면 임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결정권 역시 이에 배치되는 것으로 이해되어서는 안 된다 . 생명은 태어나 숨을 쉬는 것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모든 과정으로서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임신과 출산은 하나의 단절된 사건이 아니라 여성의 삶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며 동시에 매우 구체적인 사회적 상황들 속에 놓여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삶을 무시한 채 출산이 강요될 수밖에 없다면 이 역시 생명으로서의 여성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따라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 사익 ’ 으로 , 태아의 생명권은 ‘ 공익 ’ 으로 해석하는 헌법재판소의 태도는 ‘ 생명존중 ’ 이라는 윤리적 가치를 협소하게 해석하는 것에 불과하며 , 결국 여성이 지니는 사회적 역할과 가치 , 존엄성을 무시한 채 여성을 재생산을 위한 도구이자 통제의 대상로만 여기는 인식수준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결정적으로 , ‘ 낙태를 처벌하지 않거나 가볍게 제재한다면 낙태가 만연하고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것 ’ 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유는 완전히 잘못된 판단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 낙태율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낙태를 불법화하고 있는 나라에서 더 높으며 , 안전하지 못한 낙태로 인한 여성 사망률 또한 매우 높기 때문이다 . 무엇보다 낙태에 대한 통제는 사회적 낙인과 규제를 통해 결국 여성의 행위규범과 사회적 위치 , 권리 전반에 대한 통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평등권 , 건강권 ,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밖에 없다 . 최근 몇 년 동안 낙태 시술에 대한 신고와 단속이 강화되면서 낙태 처벌을 빌미로 여성들에게 폭력적인 관계 유지를 강요하거나 협박을 하는 사건들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 이와 같은 이유들 때문에 현재 OECD 30 개국 중 23 개국이 낙태를 합법화하고 있으며 , 이 중 다수의 국가들이 공공 의료체계를 통해 여성이 필요한 경우 안전하게 낙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 또한 같은 이유에서 제 49 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역시 ‘ 낙태와 관련된 법 , 특히 형법을 검토할 것을 고려하고 , 안전하지 않은 낙태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 관리를 위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 ’ 을 한국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러한 사실들은 고려하지 않은 채 , 근거 없는 판단으로 낙태 통제를 위해 낙태죄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결국 여성의 기본권을 국가의 통제 목적의 하위에 두고 만 것이다 . 한편으로 우리는 이번 판결이 비록 합헌으로 결정되기는 했으나 합헌 의견을 제시한 네 명의 재판관과 동수의 재판관들이 위헌 의견을 제시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 위헌 의견에서 초기 낙태의 경우 모성 건강을 고려하여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 , 따라서 자기낙태죄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한 것과 임부의 요청에 의한 낙태 시술 역시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은 낙태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다 . 그러나 판결문을 통해 판단해 볼 때 , 결과적으로 이번 판결의 과정에서 임신 ․ 출산의 사회적 의미와 여성들의 삶에 대해 진지하고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헌법재판소의 안이한 판결에 매우 깊은 실망을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 . 낙태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고 , 낙태가 음성화 될수록 여성들은 자신의 삶과 직결된 임신의 유지여부와 건강 문제 등에 대해 상담을 하거나 의료적 도움을 받기도 어려워지며 , 의사들 또한 여성의 건강권을 전반적으로 고려할 수 없게 된다 . 저소득층과 청소년들은 비용이 높아지고 의료 접근성이 낮아질수록 더욱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 불법시술로 인한 피해와 낙인이나 편견으로 인한 사회적 폭력 역시 온전히 여성이 감당해야할 몫이다 . 그 어떤 추상적인 명분들 보다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이 모든 현실들이 낙태죄의 위헌성을 증명하고 있다 . 우리는 여성의 삶과 기본권에 대한 아무런 고려 없이 이토록 무책임한 판결을 내린 헌법재판소를 강력히 규탄하며 , 이번 판결을 계기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이 온전히 보장되는 법적 , 사회적 조건들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계속해서 싸워나갈 것이다 . 2012 년 8 월 24 일 여성의 임신출산 결정권을 위한 네트워크 건강과 대안 젠더와 건강팀 , 노동자연대 다함께 , 동성애자인권연대 ,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 붉은몫소리 , 사회진보연대 , 사회주의노동자정당건설공동실천위원회 , 전국여성연대 , 전국학생행진 , 지구지역행동네트워크 , 진보신당 여성위원회 / 성정치위원회 , 통합진보당 여성위원회 / 성소수자위원회 , 한국성폭력상담소 , 한국여성민우회 , 한국여성의전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