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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2017년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상담통계 분석 - 성폭력을 중심으로

2018-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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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상담 통계분석

- 성폭력을 중심으로

 

한국여성의전화 본부와 지부의 상담소는 전국 25개소로 2017년 총 상담 건수는 29,037건으로 집계되었다. 본부인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의 전체 상담건수는 전년도에 비해 3.96% 가량(116건) 늘어난 3,040건이었다. 본 상담통계는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의 상담 사례를 심층 분석하고자 하며, 재상담 985건을 제외한 초기상담 2,055건을 분석 대상으로 한다.

 

80%가 여성에 대한 폭력 상담, 피해 유형은 복합적으로 나타나

 

초기상담 2,055건을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성매매, 기타 등의 피해 유형별로 분류하였고, 이중 하나 이상의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는 중복 집계하였다. 성추행, 강간 등 상대의 동의 없는 성적 언행으로 유발된 피해를 포괄하는 ‘성폭력’에 관한 상담이 869건(29.5%)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가족 구성원에게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성적으로 억압·통제하는 행위를 포괄하는 ‘가정폭력’에 대한 상담은 총 827건(28.1%)으로 그 다음을 차지했고, 데이트·연애를 목적으로 만나거나 그 가능성을 인정하고 만나는 관계에서 일어난 모든 폭력행위를 포괄하는 ‘데이트폭력’ 상담은 13.8%인 407건이었다. 이어 감시, 미행, 반복적인 연락, 특정 장소에 나타나서 지켜보기 등 상대의 동의 없이 공·사적 생활영역에 접근하여 괴롭히는 행위를 포괄하는 ‘스토킹’에 관한 상담은 258건(8.8%)으로 나타났다. 19.6%를 차지한 기타 유형으로는 임신/낙태 등 여성의 재생산권, 성적 지향, 직장 내 성차별, 부부갈등, 가족 문제, 중독, 비혼모 관련 상담 등이 있었다. 

가정폭력 상담 사례 중에서도 성폭력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15.6%(129건), 스토킹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5.4%(45건)으로 집계되었고, 데이트폭력 상담 사례 중 성폭력이 동반된 경우는 50.6%(206건), 스토킹을 함께 경험한 사례는 31%(126건)로 나타났다. 2017년 여성인권상담소의 전체 상담 사례의 80%가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상담에 집중되어 있었고, 피해자가 경험한 폭력은 하나의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복합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표 1. 2017년 피해 유형별 상담 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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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복 응답

1) 임신/낙태 등 재생산권, 성적 지향, 직장 내 성차별, 부부갈등, 가족 문제, 중독, 비혼모 등


가해자가 남성이고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가 94.9%, 본질은 불평등한 성별 권력관계

 

초기상담 사례 중 여성이 피해자인 경우는 2,020건이었으며, 그중에서도 가해자가 남성인 사례는 94.9%(1,950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해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의 대다수가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임이 드러난다2). 전체 초기상담 2,055건을 피·가해자 관계에 따라 분류한 <표 3.>에 따르면 전·현 배우자, 전·현애인, 데이트 상대자가 45.9%를 차지해 가장 높게 나타나, 여성의 폭력 피해 다수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임이 나타난다. 이어 직장 관계자가 246건(12%)으로 집계됐으며, 그 중에서도 86.2%인 212건이 성적 폭력을 동반하는 것으로 나타나 직장 내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2) 폭력 등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의 성별을 교차 분석하여 보고하는 국가의 범죄통계는 전무하다. 2016년 2월 발표된 전국 경찰서의 ‘연인 간 폭력(데이트폭력) 집중 신고기간’ 운영 결과를 보면 피해자의 92%가 여성으로 집계된 바 있다.


<표 2. 피·가해자 성별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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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피·가해자 관계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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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종교인, 복지시설 근무자, 의료기관, 수사기관 등


강간과 성추행이 전체 성폭력 피해의 33.9%를 차지

 

성폭력 피해 중 성추행은 22.6%(330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성적모욕·비난·의심이 다음으로 14.9%(218건)로 나타났다. 강간이 166건으로 11.4%를 차지했으며, 그 외 성관계 강요, 스토킹을 동반한 성폭력, 카메라 등 이용촬영, 통신매체이용음란, 변태적 성행위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타 내용으로는 SNS를 이용한 개인정보 유출, 피임 거부 및 강제 질내 사정, 낙태 강요, 낙태 사실을 알림, 성병 감염 등이 있었다. 


<표 4. 성폭력 피해 유형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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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복 응답


성폭력 가해자 중 85%가 직장 관계자, 전·현애인, 데이트 상대자 등 피해자와 아는 사이

 

전체 성폭력 피해 상담 869건 중 피해자가 여성이고, 가해자가 남성인 경우는 827건으로 95.17%를 차지했다. 성폭력 피·가해자 관계 분포를 살펴보면, 직장 관계자가 24.4%(212건)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 전·현애인, 데이트 상대자 등이 23.7%(206건)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친족 및 전·현 배우자가 14.8%로 나타났다. 기타로 주택 임대인-임차인, 택시 등의 차량 기사-탑승객, 통역 의뢰인 등이 있었다. ‘기타’, ‘모르는 사람’과 ‘미파악’을 제외하면 전체 성폭력 피해의 85%가 피해자와 아는 사람에 의해서 발생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성폭력이 낯선 사람, 일부 병리적 개인에 의해서 발생한다는 통념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사실이다.


<표 5. 성폭력 피·가해자 관계 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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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종교인, 복지시설 근무자, 의료기관, 수사기관 등


전체 성폭력 피해 중 9.1%(79건)에서 성폭력 가해자의 학력이 파악되었는데, 그 중 ‘초·중·고졸 이하’는 34.2%(27건), 대졸 이상은 65.8%(52건)로 나타나 성폭력 가해자는 학력이 낮을 것이라는 통념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준다. 가해자의 직업으로는 공기업·공공기관 종사자(고위직 포함), 기업체 운영, 교·강사, 의료계 종사자, 법조인, 경찰, 군인, 회사원, 시인·만화가 등 예술가, 여행사 가이드, 헬스장 트레이너, 종교인, 학생, 무직 등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었다.

 

성폭력 피해자 중 최소 19.3%는 2차 피해 경험 있어

 

성폭력 피해 869건 중 2차 피해 경험이 드러난 사례는 총 168건으로, 전체 피해자 중 19.3%가 2차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2차 피해 내용이 주된 상담 내용에 포함된 사례만을 한정한 건수로, 더 높은 비율로 2차 피해 경험이 발생할 것이라 추정된다.

그 중 44.5%(94건)가 피·가해자의 주변인과 가족에게서 발생하였는데, “네가 참아라”, “없던 일로 하라”며 사건을 은폐·외면하는 사례가 많았다. 직장에서 겪은 경우도 18%(38건)로 높게 나타났는데, 사건 처리 과정에서 회사가 가해자의 실명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를 고소하거나, 고용주가 검찰 기소 전 신고 철회하라고 강요·협박했거나,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피해가 가중된 사례 등이 있었다. 

경찰, 검찰 및 법원의 2차 피해 건수는 17.5%(37건)로 그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성폭력 피해 신고율이 1.9%5)밖에 되지 않아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경찰 및 검찰 단계에 도달하지조차 못한다는 현실을 상기해 보면 매우 높은 비중이라 여겨진다. 신고 접수단계에서 경찰이 “모텔 가는 것 자체가 동의 아니냐? 왜 처음부터 신고하지 않았느냐”, “신고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고 무고죄로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하며 피해자를 위축시키거나, “왜 바보처럼 이혼하지 않느냐”며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등의 사례는 수사·사법기관의 2차 피해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5) 여성가족부(2016), 2016년 성폭력 실태조사


<표 6. 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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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도리어 피의자로, 역고소 피해 심각 

 

한국여성의전화가 2017년 지원했던 ‘역고소’ 피해 사례는 18건인데, 이중 16건은 가해자가 고소한 사례였다. 무고 및 명예훼손 역고소가 대다수이며, 기타로는 모욕, 허위사실 유포, 업무방해, 사기, 가택침입, 재산 분할 등이었다. 2건은 검사에 의한 무고 인지였다.

이처럼 성폭력 피해자는 수많은 장벽과 2차 피해를 겪으며 피해 사실을 고발하나, 도리어 성폭력에 대한 통념이 수사에 영향을 미쳐 피의자가 되기도 한다. 가해자에게 ‘매뉴얼’처럼 자리 잡은 역고소로 인해 피해자는 정서적·경제적 피해뿐 아니라 성폭력 피해 자체가 부정되는 극심한 고통에 놓이게 된다. 이러한 현실은 결국 피해자가 피해를 제대로 말할 수 없게 하고, ‘폭로’나 익명 고발 등 다른 방법을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기도 하며, 역고소 피의자가 되기를 감수하며 피해를 고발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하게도 한다.


<표 7. 가해자에 의한 역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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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복 응답


2018년 2월 ‘미투’로 용기 낸 피해자들, 상담 건수도 23.5% 증가

 

2018년 1월 29일 보도된 서검사의 용기 있는 고발로 성폭력 피해 말하기가 다시금 촉발되었고, ‘미투’ 캠페인(#MeToo)을 통한 여성들의 고발이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2018년 1월 30일부터 3월 6일까지 성폭력 피해 관련 초기 상담은 100건으로 전년도 동기간보다 2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이번 미투 캠페인은 가해자가 소위 유명인인 사례나 언론 보도를 통한 고발에만 국한된 것이 결코 아님을 보여준다. 

성폭력 피해 상담 100건 중 28건에서 ‘미투’ 캠페인이 직접적으로 언급되기도 했는데, 구체적으로는 미투 캠페인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거나, 피해 경험이 상기되어 말하기를 결심했다는 사례가 많았다. ‘이대로 두면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길 것 같아서’, ‘이제는 그 일이 성폭력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라는 계기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 대다수는 가해자의 사과, 법적 대응 절차에서의 조력 등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