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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2024년 분노의 게이지 :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 및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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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분노의 게이지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 및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1) 분석2)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부터 ‘분노의 게이지’라는 이름으로 매년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는 동시에 문제 해결의 정책적 기초가 되어야 할 정부 공식 통계 구축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대한 촉구는 국제 사회에서도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가 있다.3) 그러나 ‘분노의 게이지’ 집계를 시작한 지 16주년이 되는 현재, 여전히 정부 공식 통계는 없다.

한편,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주장을 하며 성평등 정책 총괄 부처인 여성가족부 폐지를 꾸준히 시도하였고, 저지되자 해당부처의 장관을 1년 이상 공석으로 비워두는 등 성평등을 꾸준히 퇴행시킨 윤석열 정부 집권 동안 성차별과 여성폭력은 심각하게 악화되었다. 이에 2024년 한국여성의전화 ‘분노의 게이지’ 보고서에서는 이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사건,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사건을 분석했다.

Ⅰ.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2024년 작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최소 181명, 살인미수 등 포함 555명

한국여성의전화가 2024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2024년 한 해 동안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81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374명으로 나타났다. 자녀, 부모, 친구 등 주변인 피해자 수를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피해자 수는 최소 650명에 이르렀다. 최소 15.8시간마다 1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있으며, 주변인 피해까지 포함하면 최소 13.5시간마다 1명이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통계는 언론에 보도된 최소한의 수치로 실제 언론에 보도되지 않는 사건을 포함하면 친밀한 관계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한 여성의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표1. 2024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피해자

범죄유형

배우자 관계

데이트 관계

기타 관계

소계

주변인

총계

살인

72

104

5

181

19

200

살인미수 등

150

198

26

374

76

450

누계(명)

222

302

31

555

95

650

*배우자 관계: 과거 또는 현재의 혼인 관계(사실혼 포함)

*데이트 관계: 과거 또는 현재의 데이트 관계(동거, 소개팅이나 채팅, 조건만남 등 포함)

*기타 관계: 혼인 관계 또는 데이트 관계가 아닌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교제나 성적인 요구를 하는 관계 등

*주변인: 피해자의 자녀 등. 주변인에는 반려동물 피해 건수도 포함되었으며, 단위는 명으로 통일하였으나, 문맥상 필요한 경우 건으로도 표기하였음.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

총 650명의 피해자 중 연령대를 확인할 수 있는 346명을 분석했을 때, 피해자 연령대는 20대가 21.97%(76명), 30대가 19.36%(67명)로 가장 높았으며, 40대가 18.5%(64명), 50대가 17.05%(59명), 60대가 11.85%(41명)로 그 뒤를 이었다. 70대 이상은 5.78%(20명), 10대는 5.49%(19명)였다.

 

<표2. 2024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연령별 현황>

관계

범죄유형

연령

불상

합계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이상

소계

배우자 관계

살인

1

3

9

14

12

7

12

58

14

72

살인미수 등

0

4

16

19

16

16

6

77

73

150

합계

1

7

25

33

28

23

18

135

87

222

데이트 관계

살인

2

25

11

11

14

8

1

72

32

104

살인미수 등

9

37

27

19

11

7

1

111

87

198

합계

11

62

38

30

25

15

2

183

119

302

기타

관계

살인

1

1

1

0

0

1

0

4

1

5

살인미수 등

6

6

3

1

6

2

0

24

2

26

합계

7

7

4

1

6

3

0

28

3

31

누계(명)

19

76

67

64

59

41

20

346

209

555

비율(%)

5.49%

21.97%

19.36%

18.50%

17.05%

11.85%

5.78%

100%

37.66%

100%

62.34%

(*주변인 피해 제외)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 주변 피해자 수 최소 95명*

 <표3. 2024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주변인 피해자 수>

피·가해자 관계

범죄유형

피해자와의 관계

합계

자녀

부모·자매·형제 등 친인척

동료·친구 등 지인

전/현 배우자·애인

반려동물

기타**

배우자

관계

살인

5

0

0

0

0

0

5

살인미수 등

12

5

3

8

0

5

33

합계

17

5

3

8

0

5

38

데이트

관계

살인

2

2

2

3

4

1

14

살인미수 등

2

7

8

12

2

6

37

합계

4

9

10

15

6

7

51

기타

관계

살인

0

0

0

0

0

0

0

살인미수 등

0

0

2

0

0

4

6

합계

0

0

2

0

0

4

6

누계(명)

21

14

15

23

6

16

95

*반려동물 포함

**기타: 상기 항목 외 행인, 가해자가 피해자와의 연인관계를 의심한 사람 등


여성 살해 사건은 피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와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과 반려동물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으며 이는 전체 피해 사례 650건 중 95건(14.62%)을 차지하였다.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한 주변인 피해는 전체 51건 중 전/현 배우자·애인 피해가 15명(29.4%)으로 가장 많았고, 동료·친구 등 지인(19.6%)과 부모‧자매‧형제 등 친인척(17.6%)이 뒤를 이었으며, 반려동물 피해가 전체의 11.7%를 차지하였다. 한편 배우자 관계에서 발생한 주변인 피해는 자녀 피해가 17명(44.7%)으로 가장 많았고, 전/현 배우자·애인 피해가 8건(21.1%)으로 그 뒤를 이었으며, 부모‧자매‧형제 등 친인척이 13.2%를 차지하였다. 혼인 관계 또는 데이트 관계가 아닌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교제나 성적인 요구를 하는 관계 등을 포함한 기타 관계에서 발생한 주변인 피해는 총 6건으로 나타났다.

작년부터 별도로 집계하기 시작한 반려동물 피해는 유사한 양상을 띠었다. 피해자의 주거지에 침입하여 피해자의 반려묘를 세탁기에 돌려 살해한 사례, 피해자의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영상이나 사진을 보내 피해자를 또 다른 피해 상황으로 유인하는 사례 등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범죄에서 반려동물 피해는 심각하나, 이에 대한 가해자 처벌은 미약하다. 피해자가 폭력 피해를 벗어나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피해자 보호시설 중 반려동물과 동반해 입소할 수 있는 곳은 전무하고, 반려동물을 입소 기간 동안 보호할 수 있는 시설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여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시킨 일을 하지 않아서”, “음식이 맛이 없어서”, “늦게 귀가해서” 살해당한 여성들

“내가 시킨 일을 하지 않아서”

“음식이 맛이 없어서”

“늦게 귀가해서”

“전화를 받지 않아서”

“문을 늦게 열어줘서”

“내 외도를 들켜서”

“잔소리해서”

 

언론에 보도된 가해자가 언급한 범행 이유를 분석해 보았을 때,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으로 일어났다고 ‘주장’한 사건이 155건으로 전체 건수 중 23.85%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싸움’을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직장을 그만두겠다는 연인이 이직하고자 하는 직종이 마음에 안 들어서 목을 조르거나, 치료를 받으라는 아내의 잔소리에 격분하여 흉기로 찌르는 등 동등한 개인들 간의 다툼이 아닌, 가해자가 피해자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살인을 저질러도 되는 소유물로 보는 가해자의 인식이 있는 권력관계에서의 폭력임이 드러난다. 이 외에도 가해자들은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 136명(20.92%),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 83명(12.77%), ‘자신을 무시해서’ 28명(4.31%) 등의 순으로 범행의 ‘이유’를 ‘주장’하고 있는데, 피해자가 가해자의 통제를 벗어나거나, 벗어나려는 시도를 할 때 피해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같은 가해자의 인식은 주변인 피해로까지 확대된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도와서’, ‘피해자에게 접근하는 자신을 막아서’, ‘피해자와 행복해 보여서’, ‘피해자와의 싸움에 끼어들어서’ 등의 이유로 피해자 주변인을 살해했다.

 

<표4. 2024년 언론에 보도된 ‘가해자가 언급한 범행 이유’에 따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및 주변인 피해자 수>

가해자가 언급한
          범행 이유

범죄유형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

자신을 무시해서

성관계를 거부해서(성폭력)

언급
없음

기타

합계

살인

49

28

51

13

2

31

26

200

살인미수 등

87

55

104

15

5

99

85

450

합계

136

83

155

28

7

130

111

650

비율(%)

20.92%

12.77%

23.85%

4.31%

1.08%

20.00%

17.08%

100%



경찰 신고 및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취했음에도 살해된 피해자 및 주변인 피해자 114명,

전체 피해자 중 17.5%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대표적인 유형인 가정폭력 피해자 중 단 0.8%4)만이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본 분석 보고서에서 살해되거나 살해당할 위험에 처한 피해자(주변인 포함) 650명 중 114명(17.5%)은 경찰에 신고를 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피해자가 폭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국가의 개입을 요청하였음에도 여성살해의 결과를 피할 수 없었음을 보여주는 참담한 숫자다.

2024년 1월부터 8월까지 가정폭력으로 인해 경찰이 임시조치를 신청한 건수는 5,790건이나 법원이 이를 결정한 것은 4,647건으로, 약 80%만이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승인된 대부분의 임시조치는 격리, 접근금지 등이고, 가장 강력한 보호조치인 임시조치 5호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는 경찰 신청 건수도 전체의 6%에 불과한 346건, 이 중 법원 승인 건수는 전체 승인 비율 80%에 한참 못 미치는 약 55%인 191건이었다. 보호조치로도 여성살해를 예방하기엔 역부족인 현실을 고려한다면 수사·사법기관은 기존 보호조치를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보호조치의 종류와 기간을 보완하거나 스토킹처벌법에 피해자 보호명령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제도 개선도 이뤄져야 하겠다. 한편 피해자 신변보호조치를 담당하는 전담 인력이 피해 발생과 필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높아졌지만, 2024년에도 2023년과 동일한 259명에 머물렀다.5)


<표4-1. 2024년 언론에 보도된 경찰 신고 및 피해자 보호 조치 등을 취했음에도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 및 주변인 피해자 수>

     사전 법적 대응


범죄유형

살해 피해 이전 법적 대응을 진행한 피해자 수

피해자 

보호조치*

경찰단계

검찰단계

재판 진행

합계

살인

19

5

7

31

29.0%

살인미수 등

54

15

14

83

38.6%

합계

73

20

21

114

67.6%

비율(%)**

11.2%

3.1%

3.2%

17.5%

6.3%

*피해자 보호조치: 피해자가 살해 피해 이전 응급조치, 임시조치, 피해자보호명령, 잠정조치 등의 피해자 보호 조치를 받고 있었던 경우.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 및 주변인 피해자 650명 중 살해 피해 이전 해당 법적 대응 단계에 있던 피해자의 비율.

 

지난 16년간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된 여성 최소 1,560명, 미수 포함 3,613명

주변인 피해 포함 4,423명

2009년부터 2024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1,560명이다. 살인미수 등까지 포함하면 3,613명, 피해자의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4,423명이다. 16년간 최소 1.62일에 1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밀한 관계 내 여성살해와 관련 공식 통계는 마련되어 있지 않다.

 

<표5. 2009-2024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관계

범죄유형

발생연도

합계

2009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2021

2022

2023

2024

혼인, 데이트 관계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성

살인

70

74

65

120

123

114

91

82

85

63

88

97

83

86

138

181

1,560

살인미수 등

7

54

19

49

75

95

95

105

103

125

108

131

177

225

311

374

2,053

소계

77

128

84

169

198

209

186

187

188

188

196

228

260

311

449

555

3,613

피해자의 자녀, 부모 등 주변인

살인

16

16

6

16

14

30

23

21

5

20

11

18

20

23

54

19

312

살인미수 등

미파악

10

미파악

19

16

27

27

30

50

40

22

39

39

38

65

76

498

소계

16

26

6

35

30

57

50

51

55

60

33

57

59

61

119

95

810

합계

93

154

90

204

228

266

236

238

243

248

229

285

319

372

568

650

4,423



Ⅱ.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최소 2.04일에 한 명의 여성이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살해되었다. 이는 언론 보도된 건수만 집계한 것으로 발생한 사건의 최소 수치이다.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사건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처음 만난 경우로 한정하였다. 이웃, 직장 동료 등 면식이 있는 관계, 기사에서 피·가해자 관계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는 제외하였다.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일어난 여성살해, 주변인 포함 187명

20대의 비율이 높지만, 전 연령에서 나타나

2024년 한 해 동안 언론에 보도된 건수를 분석한 결과,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일어난 여성살해 피해자는 주변인 포함 총 187명으로 집계되었다. 피해는 전 연령대에서 사례가 발견되었으나, 20대가 41명(34.17%)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이는 작년 분석 보고서에서 나타난 16명에 비해 156.25%가 증가한 추세이다.6)


<표 6. 2024년 언론에 보도된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수>

         피해자

범죄유형

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피해

총계

본인

주변인

살인

25

0

25

살인미수 등

154

8

162

누계(명)

179

8

187

*주변인: 가해자의 범죄행위를 막던 피해자의 지인이나 행인,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등

 

<표 7. 2024년 언론에 보도된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연령별 현황>

관계

범죄

유형

연령

불상

합계

10대 이하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60대

70대 이상

소계

일면식이 없는 관계

살인

0

4

5

1

1

5

6

1

23

2

25

살인미수 등

4

15

36

13

7

10

7

5

97

57

154

누계

4

19

41

14

8

15

13

6

120

59

179

비율(%)

3.33%

15.83%

34.17%

11.67%

6.67%

12.5%

10.83%

5.00%

100%

30.95%

100%

69.05%


 

일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식사를 하다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숨을 잃거나 위협당한 여성들

 

“나와 성관계를 해주지 않아서”

“남자인 나에게 대들어서”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서”

“공공장소에서 조용히 하라고 해서”

“나를 비웃는 것 같아서”

“길을 묻는 게 귀찮아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할인을 안 해줘서”

“머리가 짧아서”

“기분이 나빠서”

“여자라서”

“그냥”

 

가해자는 위와 같은 ‘이유’로 일면식 없는 여성을 살해하였다. ‘일을 하다가’, ‘길을 걷다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여성들은 자신의 일상 속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갑작스럽게 범죄의 피해자가 되었다.

 

<표8. 2024년 언론에 보도된 ‘가해자가 언급한 범행 이유’에 따른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 및 주변인 피해자 수>

    가해자가 언급한
             범행 이유

범죄유형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

자신을
무시해서

성폭력 시도

여자
라서

페미니스트라서

언급 없음

기타

합계

살인

2

3

5

0

0

7

8

25

살인미수 등

13

2

31

21

1

43

51

162

합계

15

5

36

21

1

50

59

187

비율(%)

8.02%

2.67%

19.25%

11.23%

0.53%

26.74%

31.55%

100%

*성폭력 시도: 성폭력을 하기 위해 피해자를 제압하려고 범행을 저지른 경우, 성폭력에 저항하는 피해자를 살해한 경우 등

 

가해자가 언급한 범행 ‘이유’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것은 ‘기타’에는 ‘그냥’,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심신미약’ 주장 등이 29.95%로 가장 큰 비율을 보였으며, 성폭력 시도(19.25%)와 여자라서(11.23%)가 그 뒤를 이었다. 가해자들은 일면식 없는 여성에게 성폭력을 시도하여 피해자에게 심각한 상해를 입히거나 살해했고, 성폭력에 저항하는 피해자의 목숨을 위협하거나 빼앗았으며,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차별로 폭행을 하는 등 모두 피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범죄를 자행했다. 이는 여성은 성폭력을 할 수 있는 대상,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보는 성차별적 인식에 기반한다.

 

Ⅲ. 제언 – 계속되는 여성살해에 대한 해결, 중대 과제로 여기고 성평등한 관점으로 대책 마련해야

여성폭력은 진공 상태에서 발생하는 폭력이 결코 아니며, 성차별이 만연한 사회구조와 문화에 기인한다. 매년 수백 명의 여성들이 목숨을 잃고, 그 수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성차별적인 문화가 사회구조적으로 강화되고 있으며 성평등은 계속 더 멀어지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이다. 2023년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한 젠더사회규범지수(GSNI)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37개국 가운데 성별에 대한 편견(gender social norms)이 가장 악화된 나라 중 한국이 꼽혔다. 이러한 현실 속, 민주주의 또한 극심하게 후퇴시킨 윤석열 정권이 직무 정지가 된 현 시점에도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여성 시민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하고, 서부지법 폭동, 이화여대 난입 폭력 등 온·오프라인 공간을 불문하고 차별과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국회에서도 성평등 정책 진전에 대한 의지를 찾기 어렵다. 22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강간죄 개정, 가정폭력 처벌법 개정,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 입법 등 여성폭력 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들은 21대 국회 활동 기간과 별다른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지난 2월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가 ‘동덕여대 학생인권 침해 규탄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하고 이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거대 양당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여성’ 또는 ‘성평등’에 대한 언급이 전무했음을 짚어보면 거대 양당 모두 성평등이나 여성폭력 근절을 중대한 과제로 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광장의 뜻을 받들어 민주주의를 회복하겠다는 국회에서는 마땅히 성평등이 최우선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정확한 실태 파악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다. 2022년,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의거해 여성가족부가 최초로 발표한 여성폭력 발생 현황 등에 관한 통계는 관점과 목적 없이 기존의 파편적인 실태조사를 조합한 것에 그쳤으며, 2023년 2월, 경찰청은 연인, 사실혼, 부부관계 등 여성 대상 폭력의 피해자·피의자 관계를 세분화해 고도화된 범죄 통계를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나 이어 발표된 자료는 성별이 비공개된 통계로, 여성살해에 대한 실태 파악과 과제 도출을 목적으로 두었다고 보기 어렵다. 공식 통계와 대책 없는 공백 속에서 여성폭력 피해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누구든지 성별·종교·사회적 신분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가는 헌법을 수호할 의무를 중히 삼고, 성차별의 극단적인 현상인 여성살해를 성평등 관점에서 바라보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인 문제로서 여성폭력 근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1) 이 글에서 여성살해는 살인, 살인미수를 포괄한다.
2) 2024년 분노의 게이지 분석을 위해 43명의 자원활동가가 참여하였다.
3)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대한민국 제9차 정기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 2024, UN Doc. CEDAW/C/KOR/CO/9 para 55.
4) 여성가족부(2023), 「2022년 가정폭력실태조사 연구」|
5) 신변보호 요청하니 "순찰차 없어서"... 올해만 범죄피해자 2명 경찰 보호 중 사망, 한국일보, 2024년 9월 23일자 보도,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4092215210000887
6) 한국여성의전화(2023), 「2023년 분노의 게이지-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 및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한 여성살해 분석」 


한국여성의전화는 2009년부터 언론에 보도된 사건 분석을 통해 혼인이나 데이트 관계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통계를 발표하여 여성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23~ 2024년은 일면식 없는 남성에 의해 일어난 여성살해사건을 추가로 집계하여 분석하였습니다.


*2024년 분노의 게이지 분석을 위해 43명의 자원활동가가 참여하였습니다.

고혜림 구태현 김규리 김도미 김선호 김주현 김지수 김지은 달리 두근이 류애 몽상 문도희 민경 박지하
선우 소리 수네(Sune) 신지원 양경미 어흥 오미라 우지현 유경화 유서현 이다현 이민경 이주영(초솜) 장이지우 정민경
정해연 조경숙(갱) 조영은 진영인 진해인 진황휘 천경난 최은민 최지은 함은영 허은하 헤니카오 혜린